[김한수의 치고 달리기] 절망뿐인 부산 프로 스포츠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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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부 기자

올해 부산 프로 스포츠의 상황을 ‘절망’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표현일까.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의 올 시즌 현주소를 확인한다면 결코 무리한 해석은 아닐 것이다. 프로 스포츠의 열기로 가득했던 ‘구도(球都) 부산’의 모습은 식어가고 있다.

23-0. 롯데가 지난달 KIA와 홈에서 펼친 경기는 팬들에게 실망감을 넘어 절망감을 안겼다. 사직구장에 온 롯데 팬들은 5회가 끝나기도 전에 20점 넘게 내준 상황에 허탈해 했다. 홈 관중이 가득 들어찬 1루 관중석에서는 상대 팀에 박수를 보내는 상황이 벌어졌다.

가을야구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도 사그러들고 있다. 5위 경쟁 구도는 사라졌고, 하위권 팀과의 경기 차는 줄어들었다. 40여 경기를 남겨둔 올 시즌도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 전망은 밝지 않다.

프로축구 K리그2 부산아이파크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지난달 초 승리 이후 7경기에서 1무 6패다. 7경기에서 득점은 단 한 골도 없다. 골이 없으니 승점은 7월 24일 무승부 경기에서 얻은 1점뿐이다. 부산아이파크는 11일 현재 2부 최하위다. 대대적인 선수 영입과 감독 교체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승수 쌓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부산 연고 프로 스포츠 팀은 야구·축구·농구 3개 팀이다. 지난 시즌 창단 첫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여자프로농구 부산BNK 썸과 달리 오히려 충성도 높은 팬들이 많은 롯데와 부산아이파크는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부산의 프로 스포츠 현실은 ‘프로 스포츠 메카’ 수원특례시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인구 118만의 수원특례시는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야구·축구·배구·농구 구단을 보유한 도시다. 프로축구 2개 팀은 모두 1부 리그 소속이며, 프로야구 팀(KT 위즈)은 지난 시즌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공교롭게도 부산 연고 프로농구단이었던 KT 소닉붐은 수원 연고 팀이 됐다.

수원특례시가 프로 스포츠의 도시가 된 배경에는 ‘역동적인 프로 스포츠를 시민들이 1년 내내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수원특례시의 행정 철학과 적극적인 행정 지원이 큰 힘이 됐다. 프로 구단들 역시 적극적인 행정 지원 속에 전력을 강화하며 결과로 보답하고 있다. 이 덕분에 수원시민은 프로 스포츠가 주는 삶의 활력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2022년 현재 ‘구도 부산’의 위상은 어떠한가. 사직야구장과 구덕운동장이 들썩들썩하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프로 명문 도시라는 명성을 쌓는 것은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구도’의 위상은 팬들의 열렬한 지지와 응원을 바탕으로 쌓아온 것이다. 각 프로 구단과 부산시는 시민들의 ‘존심’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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