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반등하자 슬금슬금 증가하는 ‘빚투’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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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새 1조 이상 증가한 19조 원
담보 비율 유지 의무 면제도 한 몫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2.90포인트 상승한 2,523.78에, 코스닥 지수는 11.88포인트(1.45%) 오른 832.15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4원 내린 1,30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2.90포인트 상승한 2,523.78에, 코스닥 지수는 11.88포인트(1.45%) 오른 832.15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4원 내린 1,30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직장인 A 씨는 최근 주택을 담보로 5000만 원을 대출받아 국내 주식에 투자했다. A 씨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대여서 부담스러웠으나, 코스피 지수의 반등으로 단기간 내 5%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최근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피크아웃’(정점 통과) 조짐을 보이고, 긴축정책도 완화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나오면서 A 씨는 앞으로 추가로 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를 확대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 주식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일 현재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9조 원 대로 약 한 달 전인 7월 8일의 17조 6473억 원보다 1조 3000억 이상 증가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올해 6월 말 이후부터 현재까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지난달부터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빚투 규모도 함께 증가세로 전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말부터 하락장을 이어오다가 지난달 15일께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최근 한 달 동안 7.62% 올랐다.

여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초 증시 급락을 막기 위해 3개월간 증권사의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 의무를 면제하면서, 빚투가 늘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의 대책 발표 이후, 다수 증권사가 담보비율을 낮추거나 반대매매를 하루 늦추는 방안을 도입했다. 반대매매는 주가가 급락했을 때, 증권사가 고객의 동의 없이 임의로 처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빚투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이들은 물가상승, 긴축 정책 등 주가를 하락장으로 이끌었던 주요 악재들이 해소되지 않아 여전히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최근 금리 상승으로 신용융자 이자율이 최고 9%대까지 올라갔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주가가 추세적으로 상승 전환한 것이 아니며 여전히 변동성이 있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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