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실패로 죽고 싶을 땐 ‘죽도’로 와서 새 출발 하세요”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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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전 중기 경영자 힐링 캠프’
코로나로 중단 뒤 4년 만에 재개
9월 3주간 통영 죽도연수원서 진행
2011년부터 27번의 힐링캠프
수료 440명 중 245명 재창업
3년 이상 생존율 97.4% 달해

2018년에 열린 제27차 힐링캠프에서 MS그룹 전원태(가운데) 회장이 캠프 참가자들에게 사업 실패와 재출발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 제공 2018년에 열린 제27차 힐링캠프에서 MS그룹 전원태(가운데) 회장이 캠프 참가자들에게 사업 실패와 재출발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 제공

“모든 것을 잃고 죽도록 힘들 땐 ‘죽도’로 오세요.”

코로나 여파로 중단됐던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의 ‘재도전 중소기업경영자 힐링캠프’가 4년 만에 재개된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은 9월 2일까지 ‘제28차 재도전 중소기업경영자 힐링캠프’(이하 힐링캠프) 신청 접수를 받는다고 2일 밝혔다. 본인 명의로 사업증을 내어 사업하다 부도 등으로 폐업한 기업인, 소상공인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폐업사실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이후 신청자을 대상으로 면접을 거쳐 선정된 25~30명은 9월 18일~10월 8일 3주간 경남 통영시 한산면 죽도연수원에서 캠프생활을 하며 재출발의 의지를 다지게 된다. 참가비는 전액 무료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은 부산의 가스종합기업 MS그룹 전원태 회장이 2011년 설립한 재단법인으로, 재단 이름처럼 중소기업인의 재기를 돕는 ‘힐링캠프’를 재단 설립년도부터 지금껏 27차례 열었다. 전 회장은 재단과 재단이 운영하는 힐링캠프를 “폐업 기업인을 위한 대한민국 최초 재도전 사관학교”라고 소개한다.

실제 사관학교라 불릴 정도로 엄격하다. 일단 입소하면 3주간 휴대전화 커피 술 담배가 금지된다. 또한 1인 텐트 생활, 입관 체험, 명상 등을 통해 철저하게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식사는 아침 점심만 제공된다. 저녁에 배고픔을 느끼면서 자기반성을 하라는 의미다. 물론 재도전 사례 학습, 재도전 맞춤형 교육, 재창업 자금지원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힐링캠프의 성과는 의외로 컸다. 2011년부터 8년간 총 27번의 힐링캠프가 열려 440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는데, 그중 245명이 재창업에 성공했다. 특히 재창업 이후 3년 이상 생존율이 무려 97.4%나 됐다. 일반적으로 창업 기업 절반이 3년을 버티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힐링캠프 수료생들의 재출발 성적은 놀랄 만하다.

전 회장이 재도전 힐링캠프를 운영하게 된 이유도 남달랐다. 본인 역시 비슷한 실패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1976년 가스폭발, 1983년 2차 오일쇼크로 두 번의 부도를 경험했다.

특히 2번째 부도 때에는 한 달이 넘도록 죽도에서 혼자 생활했다. 매일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며 대학노트 세 권 분량의 반성문을 썼다고 한다. 이러한 담담한 자기성찰은 그를 다시 일으켰고, 10개의 법인을 둔 최고경영자로 만들었다.

전 회장은 “특히 죽도의 자연환경이 마음의 평정과 성찰을 이끌도록 돕는다”며 “모든 것을 잃어 죽도록 힘들 때 죽도로 오셔서 고요히 자신을 마주하면 새로운 희망도 솟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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