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특사단 출국 자꾸 지연… 엑스포 외교 차질?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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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출국 계획 계속 불발
사우디 공세에 밀렸다는 분석 제기
해당 부처 소극적 태도도 지적
취약 국가 대상 과감히 접촉해야
이달 중순께 순방 길에 오를 듯

최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특위 전체회의. 부산일보DB 최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특위 전체회의. 부산일보DB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한 윤석열 대통령 중앙아시아 특사단이 두 번의 연기 끝에 이달 중 순방 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당초 지난달 말 출국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외교부에서 방문 국가와 일정 등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일정이 지연됐는데, 중앙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한 쉽지 않은 유치전에 더해 정부 부처의 소극적인 태도가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지원 특별위원장인 국민의힘 서병수(부산 부산진갑) 의원과 전봉민(수영) 의원, 재계 관계자가 참여하는 윤 대통령 중앙아시아 특사단은 오는 20일 전후 외교전에 뛰어들 예정이다. 구체적인 국가와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서 의원실 관계자는 11일 “오는 16일 외교부에서 특사단 일정에 대한 보고가 이뤄질 예정으로, 현재는 오는 20일 출국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고 이후 일정이나 방문 국가가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고 밝혔다.

중앙아시아 대통령 특사단은 정부의 ‘부산월드엑스포 국가별 교섭 가속화 방침’에 맞춰 지난단 말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젠, 조지아 등을 방문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외교부에서 방문국 고위 관계자와의 일정 조율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이달 초에 이어 중순으로 두 차례나 일정을 연기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중앙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전의 어려움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특위 관계자는 “‘오일 머니’를 앞세워 밀어붙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며 “최근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와 사우디아라비아가 포괄적 협력을 확대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는 만큼 이같은 상황이 우리 특사단 방문을 어렵게 만든 요인 중 하나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에서 지지 의사를 확실하게 이끌어낼 수 있는 국가 위주로 방문 계획을 꾸리다 보니 방문 일정이 쉽게 조율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부산월드엑스포 관련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사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정부 부처 공무원들은 성과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한 것 같다”면서 “이러한 점들로 인해 확고한 지지 표명을 얻어낼 수 있는 지역이 아닌 국가를 방문하는 데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데, 경쟁국에 비해 우리가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외교부도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지 표명을 받을 수 있는 국가만 찾아가는 ‘생색내기’가 아닌 취약국을 대상으로도 접촉면을 강화하는 등 과감하게 부딪쳐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지원 특위는 오는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그간 유치 성과를 공유하고 제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유치계획서에 대해 점검할 예정인데, 이날 회의에서도 이같은 문제점들이 포괄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와 유치위원회, 민간 등 부산월드엑스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치열한 토론이 없는 지금의 형태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탈리아를 넘어서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보다 건설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실질적으로 유치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논의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11일 주한 아프리카 대사들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부산월드엑스포 지지를 요청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간담회에는 가봉, 나이지리아, 남아공, 세네갈, 시에라리온, 알제리, 앙골라, 에티오피아, 코트디부아르, 탄자니아, 튀니지의 주한 대사들이 참석했다. 한 총리는 대사들에게 2030년이 유엔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 달성의 해인 점을 언급하고 부산월드엑스포 주제인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와 연결해 소개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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