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동백이 피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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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과 여순-동백이 피엄수다’ 부산전
부산시청 2·3 전시실, 20일까지 열려
11명의 작가, 아픈 역사 미술로 담아

‘4·3과 여순-동백이 피엄수다’ 전시 포스터.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제공 ‘4·3과 여순-동백이 피엄수다’ 전시 포스터.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제공

제주 4·3항쟁과 여순항쟁을 미술 작품으로 만난다.

‘4·3과 여순-동백이 피엄수다’는 해방·정부 수립 과정에서 발생한 국가 폭력과 이에 저항한 민중들의 모습을 돌아보고, 인권 유린의 역사를 기억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전시이다. 6개월 동안 5개 도시에서 열리는 순회전으로 서울, 광주, 대전, 대구에 이어 부산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다.

‘4·3과 여순-동백이 피엄수다’는 부산시청 2층 전시실 2관과 3관에서 20일까지 이어진다. 전시는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가 주최하고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문화체육관광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희생자유족회,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 노무현재단 부산위원회, 부산제주특별자치도민회가 공동 후원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정으로 70여 년만에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된 이후 열리는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역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세대를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20대부터 50대까지 총 11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찬효 작가는 구천을 헤매는 영혼의 함성을 조각으로 표현했다. 손유진 작가는 폐목에서 과거의 기억을 도출하고 야만의 역사를 기억하자는 뜻을 인두화로 담아냈다. 현아선 작가는 4·3의 현장에 각인된 역사를 연필화로 옮겼다. 이수진 작가는 민중 삶의 주식이 되었던 보리줄기로 70년 역사를 관통하는 작품을 제작했다.

4·3 당시 대전 랑월 골령골에서 학살당한 수많은 제주민의 학살 현장을 사진에 담은 임재근 작가, 토별대에 의해 한 마을이 사라진 비극을 표현한 정기엽 작가, 여순항쟁의 진실을 파헤치는 역사화를 그린 박금만 작가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또한 전시에서는 당시 미군 문서와 정부 기록, 언론 기사 등도 함께 선보인다.

제주4·3범국민위원회 백경진 상임이사는 “부산은 해방 전후 제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왕래하고 거주하는 지역으로 제주민들의 영혼이 숨 쉬고 있는 곳”이라며 “11명의 작가가 4·3항쟁과 형제인 여순항쟁 등 한국 전쟁 전후의 야만적 역사에 대한 진실을 담고자 노력했다”고 부산 전시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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