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 영원히 기억해야 하는 일”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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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언 부산 기장오구굿 보존회 회장

고 김석출 선생 딸로 4대 째 세습무
2014년 기장오구굿 보유자 인정 받아
“문화예술로서 전통굿, 더 많은 관심을”

부산시 무형문화재 부산 기장오구굿 보유자인 김동언 회장. 기장오구굿보존회 제공 부산시 무형문화재 부산 기장오구굿 보유자인 김동언 회장. 기장오구굿보존회 제공

“굿을 수백, 수천 번을 한들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이 풀리겠습니까?”

부산 기장오구굿 보존회 김동언 회장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위로하는 해원상생굿을 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김 회장은 지난 주말 ‘2022 열아홉 번째 일본군위안부 해원상생한마당’에 참여했다. 김 회장은 1993년 시작된 이 행사에서 위안부 할머니의 삶과 혼을 달래는 해원상생굿을 10번 가까이 진행했다.

“굿을 할 때마다 할머니들이 겪은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를 생각해요.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라고 밝히지 못하고 돌아가신 분도 많을 거예요. 살아계신 할머니들도 구순이 넘으셨어요. 이분들을 내 할머니, 내 조상이라 생각하고, 다시는 그런 세상이 오지 않도록 위안부 할머니를 영원히 기억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 회장은 국가무형문화재 동해안별신굿 보유자인 고 김석출 선생의 딸이다. “집안 대대로 무업에 종사하는 세습무로, 제가 4대째입니다.” 김 회장의 큰 언니는 동해안별신굿 명예보유자 김영희 명인, 둘째 언니는 동해안별신굿 보존회 김동연 회장이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굿 소리를 듣고 자라 그냥 굿이 좋았어요. 학교 가는 것보다 굿 심부름이 재미있었고, 어린 동생을 업고 굿판을 구경하고 그랬죠.” 아버지를 따라 동해안별신굿의 길을 가던 김 회장은 부산 기장오구굿 연구자들에게 ‘좋은 굿이 사장되지 않도록 선생님이 나서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산 기장오구굿 보존회 김동언 회장이 보존회 사무실에 놓인 아버지인 고 김석출 동해안별신굿 보유자의 사진 옆에 서 있다. 오금아 기자 부산 기장오구굿 보존회 김동언 회장이 보존회 사무실에 놓인 아버지인 고 김석출 동해안별신굿 보유자의 사진 옆에 서 있다. 오금아 기자

2014년 1월 1일, 김 회장은 남편과 함께 부산광역시 지정 무형문화재 제23호 부산 기장오구굿 초대 보유자가 됐다. 김 회장은 무의·무가 보유자, 남편인 김동렬 선생은 악사·지화제작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김 회장의 아들과 며느리도 전승교육사(옛 전수교육조교)로 기장오구굿을 전승하고 있다.

“굿을 하는 사람으로서 제 위치는 망자와 살아있는 사람 중간에 있는 ‘변호인’입니다. 서로에게 못 한 말, 속마음을 대변하는 존재인 거죠. 불쌍한 인생들의 이야기를 대신하는 내 목소리에 내가 울 때도 있어요.” 부산 기장오구굿은 죽은 사람의 혼을 천도하는 위령마당굿으로, 염불이나 가락 등 불교적 색채가 짙은 것이 특징이다. 김 회장은 염불이 많이 들어가 불교 경전 한 편을 다 외워야 한다고 했다. “춤도 배우고 박자도 배워야 하는데, 특히 무창은 목소리가 되어야 해요.”


부산 기장오구굿 공연 장면. 기장오구굿보존회 제공 부산 기장오구굿 공연 장면. 기장오구굿보존회 제공

김 회장은 부산 기장오구굿의 역사가 길다고 했다. “옛날에는 대변, 일광, 울산까지 한 집 건너 굿을 했어요. 2박 3일 굿을 하는 경우도 있었죠. 굿을 하면 할머니들이 아예 잠잘 준비를 하고 굿당에 오셨어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모여서 굿을 지켜봤죠.” 김 회장은 전통굿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최근에 김 회장은 부산시 무형문화재 영상기록화 사업에 참여했다. 오는 11월에는 전주에서 김석출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도 준비 중이다. “전통문화를 잇는 예술을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다른 지역에서 공연을 하면 객석이 가득 차요. 우리 지역에서도 더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부산 기장오구굿을 지켜봐 주시면 좋겠어요.”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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