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 교육감 한마디에 학업성취도평가 ‘자율’에서 ‘필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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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인수위 공식 발표, 돌연 번복
일선 학교 혼란, 정책 신뢰성 걷어차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이 지난달 교육감직인수위원회의 공식 발표와 달리 학업성취도평가를 오는 2학기부터 ‘필수 신청’으로 갑자기 바꿔 강제 시행할 것을 지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부산시교육감직인수위원회 출범 모습. 부산일보DB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이 지난달 교육감직인수위원회의 공식 발표와 달리 학업성취도평가를 오는 2학기부터 ‘필수 신청’으로 갑자기 바꿔 강제 시행할 것을 지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부산시교육감직인수위원회 출범 모습. 부산일보DB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이 지난달 교육감직인수위원회의 공식 발표와 달리 학업성취도평가를 오는 2학기부터 ‘필수 신청’으로 갑자기 바꿔 강제 시행할 것을 지시해 일선 현장이 혼란스럽다고 한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22일 일선 학교에 학업성취도평가를 자율 선택하는 ‘희망 신청’ 공문서를 보낸 지 불과 보름 만인 10일 돌연 강제 참여하도록 하는 정반대의 공문을 보냈다. 안 그래도 학부모 사이에 논란이 이는 중요 사안이 이처럼 돌변한 건 하 교육감의 즉각적인 시행 지시 때문이라고 한다. 인수위에서 여러 검토 끝에 마련해 시민에게 발표까지 한 대표 공약을 교육감이 말 한마디로 뒤집다니, 놀라울 뿐이다.


학업성취도평가는 이미 알려진 것처럼 지난 선거에서 진보·보수 진영 사이에 논란이 일었던 사안이다. 학력 저하 방지와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이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오히려 과도한 경쟁으로 사교육 의존 심화, 성적 줄 세우기가 더 성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팽히 맞섰다. 대체로 보수 성향의 교육감들이 학업성취도평가에 긍정적이었고, 부산에서 당선된 하 교육감 역시 학업성취도평가를 자기의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워낙 의견이 갈린 사안이어서 시교육감직인수위도 전면 시행보다는 단계적인 실시로 의견을 모았다. 하 교육감도 이에 동의해 지난달 15일 인수위의 백서 발표회장에도 동참했다.

교육감직인수위가 발표한 방안은 올해 2학기부터 기존 고2, 중3에다 초등 6학년을 추가해 학교별로 자율 시행하고, 이후 대상을 넓혀간다는 내용이었다. 평가 방식도 같은 날 시험을 치르는 일제고사 방식이 아니라 컴퓨터에서 시간대를 달리해 치르는 ‘문제은행식 출제’를 선택했다. 전수 평가에 따르는 부작용을 감안했다는 게 인수위 측의 설명이다. 인수위가 하 교육감의 대표 공약임에도 이 같은 방식을 택한 것은 역시 갑작스러운 시행에 따른 현장의 혼란을 고려해서다. 온라인 응시에 따르는 서브 보완과 시스템 오류 가능성에 대비하고, 교사들의 새 시스템 적응을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을 두는 것은 꼭 거쳐야 할 과정이다.

학업성취도평가의 강제 시행은 이처럼 아직 세부적으로 검토하고, 따져봐야 할 내용이 많은 사안이다. 인수위도 여러 변수를 고려해 고심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교육감의 말 한마디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일선 학교에선 이미 2학기 학사 일정이 확정된 상태인데, 보름 사이에 갑자기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니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정책의 신뢰성은 차치하고 ‘교육감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전 교육부 장관의 ‘5세 취학’ 방안이 온 나라를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교육은 어느 분야보다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이 생명이다. 하 교육감은 이를 꼭 명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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