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박형준 사용법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권기택 서울지사장

경험 풍부 두터운 인적 네트워크 형성
박 시장 장점 극대화 단점 최소화해야
2030엑스포 위해 수시로 외국 가야
유치전 승리로 부산 알릴 절호 기회
부산 아닌 세계 속에서 성장동력 발굴
‘세일즈맨 박형준’ 부산에 안주 안 돼

‘똑똑하다. 경험이 풍부하다. 인맥이 넓다.’

사람들이 꼽는 박형준 부산시장의 장점은 많다. 그는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지만 정치와 경제, 철학, 문학, 미술 등 다방면에 걸쳐 재능을 갖고 있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고위 당직자가 기자에게 “이렇게 똑똑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박 시장을 평가했던 말을 기억한다. 해당 고위당직자는 당시 동아대 교수였던 박형준을 가장 먼저 부산 지역 공천 대상자로 낙점했다.

박형준 시장은 경험이 풍부하다. 동아대 교수 시절엔 부산경제정의실천연합과 지방분권부산운동본부에서 집행부로 일했고, 김영삼 정부에선 34세의 나이에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으로 활동했다. 초선 국회의원 때는 수요모임과 혁신위 간사, 대변인을 지냈고,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청와대 홍보기획관, 정무수석, 사회특보 등을 두루 역임했다. 정의화 국회의장 시절엔 장관급인 국회 사무총장에 발탁됐다. 이런 풍부한 경험을 통해 그는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그가 원만한 성격에, 편협하지 않은 사고의 소유자란 평가를 받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에 대해 남 탓 잘 안하고, 사람을 함부로 내치지도 않는다는 주변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박형준 사람들’이 20~30년 동안 그와 인연을 이어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형준 사용법’은 여기서 출발한다. 부산 발전을 위해 박형준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박형준이 주도하고 주변에서 적극 나서 도울 일이다.

부산시장에 재선된 순간부터 박형준은 더 이상 ‘부산만의 시장’이 아니다. 부산을 벗어나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활동공간을 넓혀야 한다.

우리가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부산 안에선 350만 시민들의 ‘미래 먹거리’나 ‘성장동력’을 찾기 어렵다. 대한민국 전체에서, 아니 세계 속에서 부산의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박 시장을 부산에 머물게 해선 안 된다.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부산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곳이라면 언제, 어디든 찾아 다니게 해야 한다.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 머물러도 좋다. 다행히 그는 웬만한 영어는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안다. 그의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부와 정치권 인사는 물론 경제인, 문화예술인 등을 수시로 만나 자문을 구하고 도움을 요청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마디로 ‘부산 세일즈맨’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로서는 힘들고 피곤한 일이다. 부산에 안주해 있으면 4년을 그럭저럭 보낼 수 있다. 현재로선 크게 무리하지 않아도 다음 부산시장 선거에서 ‘3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가 안주하게 해서는 안된다.

박형준은 이전의 부산시장과는 확연히 다르다. 비교적 젊은 시절부터 국정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적이 있어 ‘개인’보다 ‘국가’를 중시하는 성향이 강하다. 부산시민들이 용인한다면 얼마든지 ‘부산 세일즈맨’이 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란 의미다.

그런 차원에서 부산시 서울본부를 ‘부산 세일즈’의 전초기지로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면 ‘해외사무소’도 적극 설치해야 한다. 예산과 인력의 한계를 탓할 상황이 아니다.

때마침 우리는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라는 역사적 과업을 앞두고 있다. 2030엑스포에 부산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

하지만 아무리 부산에서 “엑스포는 부산으로…”를 외쳐봐야 소용이 없다. 우리가 접촉해야할 대상은 투표권을 가진 세계 170여개 국가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총리, 김진표 국회의장 등 국가 지도자들이 거국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박 시장도 더 적극적으로 뛰어야 한다. 수시로 외국에 나가 각 국의 오피니언 리더를 만나야 한다. 그들에게 부산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부산의 장점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상대하기엔 힘든 싸움이란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면 부산에 월드엑스포를 유치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부산을 전 세계에 알릴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없다.

박 시장은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아직은 타이밍이 아니지만 적절한 시점에 좀 적극적으로 대권가도에 나설 필요도 있다. 부산시장 출신의 대권주자 탄생이 부산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는 많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박 시장을 부산에 묶어둬선 안 된다. 그래서 그에게 묻는다. “지금 이 시간 당신은 어디에 있느냐”고.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