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과 전면전 선포한 당 대표… 끝 안 보이는 국힘 ‘혼란’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끝까지 싸울 것” 정면 대응 선언
윤 대통령·윤핵관 직설적 비판
당 지도부 “입장 없다” 대응 자제
“이 대표가 선을 넘었다” 분위기
17일 ‘가처분 심리’ 결과가 고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예고한 대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향해 “끝까지 싸우겠다”며 전면전을 선언하면서 여권 전체의 ‘이준석 리스크’는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 지도부 차원에서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무대응’ 기조를 세웠지만, 14일 윤핵관 등 일부가 반발하면서 여진이 이어졌다.


이 대표가 자신에 우호적인 인사들까지 만류했던 정면 대응을 고수하면서 당내 고립은 심화되겠지만, 여론전에 탁월한 이 대표의 지속적인 공세는 이제 곧 출범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는 물론 차기 전당대회 분위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면서 여권의 지지율 반등 노력에도 부담이 될 것이 자명하다.

이 대표는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가 비대위 출범에 대해 가처분신청을 하겠다고 하니 갑자기 선당후사하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근본이 없는 용어”라며 “앞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모두 다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선당후사 차원에서 이 대표가 용퇴해야 한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그는 특히 ‘내부총질하는 당 대표’ 문자 파문과 관련, “대통령께서 원내대표에게 보낸 어떤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것은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라며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또 권성동 이철규 장제원 의원을 ‘윤핵관’으로, 정진석, 김정재, 박수영 의원을 ‘윤핵관 호소인’으로 지칭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표현을 앵무새같이 읊는 윤핵관 여러분이 정치적인 승부수를 걸기를 기대한다”고 수도권 열세 지역 출마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또 비대위 전환의 부당성을 강조하면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국민의힘을 넘어서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힘도 불태워야 한다”며 당내 친윤(친윤석열) 그룹 전체를 싸잡아 비난했다.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는 이 대표의 직설적인 비판에도 “입장이 없다”며 입을 닫았다. 이를 반박하고 맞대응하는 것 자체가 이 대표의 여론전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윤핵관’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의원은 이 대표의 수도권 출마 요구에 “국회의원은 유권자가 뽑는 거지 이준석이 뽑는 게 아니다. 이준석이 누구를 어디 가라 뭐 하라 하느냐”며 “오로지 남 탓과 거짓말만 한다. 사악한 사람”이라며 격하게 맞대응 했다.

초선인 김미애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지난 대선에서)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가장 잘 팔았던 사람은 바로 저였다”는 ‘양두구육(羊頭狗肉)’ 발언을 두고 “당 대표였던 분이 자당 대통령 후보를 개고기에 빗대느냐”는 글을 올렸다. 이에 이 대표가 “어제 기자회견을 보셨으면 대통령이 개고기라고 생각하실 수가 없는데 도대체 다들 뭐에 씐 건지 모르겠다”고 되받아치는 등 여진이 이어졌다. 다만 일부 친이(친이준석)계를 제외하고 친윤계는 물론 중립 지대에 있던 의원들도 “이젠 선을 넘었다”며 이 대표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을 거두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는 오는 17일로 예정된 비대위 출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심리 결과가 1차 고비가 될 전망이다. 만약 인용될 경우 비대위 출범에 급제동이 걸리는 것은 물론 여권이 대혼돈으로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각된다고 해도 이 대표는 추후 당원들을 위한 온라인 소통공간을 개설하고 당의 혁신 방향에 관한 책 출간을 통해 ‘저항’을 이어갈 방침이다. 그는 전날 회견 직후 페이스북에 당원 가입 독려 글을 거듭 올리며 우호세력 확대 노력도 멈추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당내에서 가장 메시지 ‘화력’이 센 이 대표가 고립무원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여권 전체와 전면전을 선포한 이상 상당 기간 후폭풍이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며 “한시가 급한 지지율 반등에도 큰 부담”이라고 우려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