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내세웠지만, 중국리스크에 외교 기조 변화 조짐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취임 11일 만인 올 5월 21일 초고속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열었다. 전통적인 한·미 동맹을 군사안보부터 경제·기술 협력 등의 공통 가치 전반으로 확대하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발전 계획을 마련했다. ‘가치외교’를 전면에 내걸고 한·미 동맹 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면서 한·일 관계 복원에도 시동을 걸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 도착 후 먼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하며 미국이 경제·기술 동맹 구축에 부여하는 중요성을 보여줬다.

 윤석열 정부도 호응했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창설 멤버로 가입하고 미국이 한국, 일본, 대만에 제안한 4자간 반도체 공급망 대화(칩4) 예비회의에도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했다.

 중국과는 ‘상호 존중’에 기반한 관계로의 재설정을 꾀했다. 전임 정부보다 더욱 선명한 외교 노선을 걷겠다는 의지가 컸다. 하지만 취임 100일 맞은 시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가치외교로의 노선 전환은 한·미에 지나치게 우선순위를 두면서 결과적으로 중국과의 관계에서 리스크를 증폭시켰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최근 중국 칭다오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독립자주’와 ‘공급망 안정 유지’ 등을 요구하며 한국의 대미 밀착을 경계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고위급 인사를 ‘베이징’이 아닌 ‘칭다오’로 초청한 것도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기지와 관련해 중국은 ‘3불 1한’이라는 주장을 꺼내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한 듯 윤석열 정부도 중국과의 상호의존성을 고려해 나름의 균형점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외교 기조를 일부 전환하는 기류가 읽힌다. 대만을 방문한 뒤 서울을 찾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윤 대통령이 직접 만나지 않았고, 정부 측 인사가 공항 의전을 하지 않은 것도 이런 고심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가 균형외교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곧바로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정치 분야의 평화정착 조치도 같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엔 대북 제재의 단계적 완화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윤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실효성을 발휘하려면, 결국 중국과의 안정적인 관계 유지가 필수적이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대북 기조 변화 시나리오에 새로운 모습의 대중 관계 구축 역시 포함됐을 공산이 크다. 17일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외교·안보 노선에서 중국을 향한 별도의 메시지를 준비할 것으로 점쳐진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