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형 영어교육 어떻게 바뀔까… 거점센터 5곳으로 확대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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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형 영어교육콘텐츠’ 개발 눈길

시교육청-시, 글로벌영어도시 협약

2028년까지 거점센터 5곳 구축
내달 해운대 개관 후 북·동래 추진
서부산권 국제학교 설립도 속도

2020년 11월 부산 영도구 옛 동삼중학교 내 교실 7개 규모로 조성된 (서부)부산글로벌외국어교육센터 내부. 이 센터는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한 방과후학교와 영어캠프 등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2020년 11월 부산 영도구 옛 동삼중학교 내 교실 7개 규모로 조성된 (서부)부산글로벌외국어교육센터 내부. 이 센터는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한 방과후학교와 영어캠프 등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최근 부산시교육청과 부산시가 글로벌 영어상용도시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하윤수 시교육감과 박형준 시장 모두 지난 지방선거 기간 공약을 통해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만큼, 두 기관이 손을 맞잡으면서 부산지역 영어 관련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협약 내용과 이달 초 발간된 ‘민선 5대 부산시교육감직 인수위 백서’에 포함된 정책을 중심으로, 부산지역 학생들의 영어교육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영어교육거점센터’ 5곳으로 확대

영어교육 인프라와 관련해 가장 큰 변화는 학생들에게 학교 수업 이외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영어교육거점센터를 권역별로 확대하는 점이다. 하 교육감의 공약에 따라 시교육청은 기존 부산진구 부산글로벌리지와 영도구 (서부)부산글로벌외국어교육센터, 다음 달 개관을 앞둔 해운대구 (동부)부산글로벌외국어교육센터에 더해 동래권역과 북부권역에도 센터를 만들어 5개 권역마다 영어교육거점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시설은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한 영어 방과후프로그램을 비롯해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방학 중 영어캠프나 주말 가족세계문화체험 등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시교육청과 부산시는 폐교 등을 활용해 센터 2곳을 추가 신설하기로 뜻을 모으고, 앞으로 관련 TF를 구성해 구체적인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인수위 백서에 따르면 동래권역 센터는 올해 계획을 수립해 2026년 개관, 북부권역 센터는 2024년 검토를 시작해 2028년 개관을 목표로 한다. 다만,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만큼 개관 시기는 예산 확보에 따라 유동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교실 30개 규모인 동부권역 센터와 유사한 규모로 두 센터를 설립하는 데 모두 200억 원 정도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백서에는 시교육청이 부지를 제공하고 부산시가 건설비를 지원하는 방안이 담겼다.

5개 권역별로 영어교육거점센터가 모두 완성될 때까진 북부권역 학생들은 서부센터를, 동래권역 학생들은 동부센터를 이용해야 해 한동안은 특정 권역 학생들이 상대적인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시교육청과 부산시는 서부산권 국제학교 설립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영국 왕실에서 후원하는 로얄러셀스쿨이 2025~2026년 개교를 목표로 현재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에 부산캠퍼스 설립을 추진 중이다. 계획대로 원활하게 개교 절차가 진행되면, 해외체류 조건 없이 내국인 학생(전체 정원의 30~50%)도 다닐 수 있는 부산지역 첫 국제학교가 문을 열게 된다.


2020년 11월 부산 영도구 옛 동삼중학교 내 교실 7개 규모로 조성된 (서부)부산글로벌외국어교육센터 내부. 이 센터는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한 방과후학교와 영어캠프 등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2020년 11월 부산 영도구 옛 동삼중학교 내 교실 7개 규모로 조성된 (서부)부산글로벌외국어교육센터 내부. 이 센터는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한 방과후학교와 영어캠프 등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부산형 영어교육 콘텐츠·프로그램

이번 협약에는 하드웨어인 영어교육거점센터뿐만 아니라 ‘부산형 영어교육 콘텐츠·프로그램’이라는 소프트웨어 개발 계획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인수위 백서에 담긴 시교육청의 계획은 올해 전문TF를 구성해 의견수렴을 한 뒤 2023년 정책연구용역, 2024년 프로그램 개발, 2025년 시범운영(초·중·고 각 10개교)을 거쳐 2026년 전체 학교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관련 예산 규모는 정책연구용역 5000만 원, 프로그램 개발은 8000만 원 정도여서 독자적인 교재와 새로운 교육과정 도입 등 대대적인 수준의 신규 프로그램 개발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시교육청과 부산시의 업무협약에도 ‘미래 영어교육 혁신을 위해 부산형 영어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교수 인력 역량강화, 영어체험 프로그램 확대 등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 정도만 담겨, 타 도시와 차별화한 ‘부산형 교육’의 의미를 살리려면 앞으로 깊이 있는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부산시 공약추진기획단과 시교육감직 인수위 양쪽에 참여해온 우길주 부산교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방과후학교와 영어도서관 등 공적 시설을 활용한 영어교육을 제안해왔다.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바꿀 수 없는 공교육을 보완하고, 값비싼 사교육비도 줄일 수 있는 ‘점이지대’로서 이들 시설을 활용하자는 구상이다.

우 교수는 한국영어읽기클리닉 연구소를 운영하는 등 20년 가까이 ‘영어읽기’를 통한 리터러시 교육을 강조해왔다. 이에 더해 정답·오답을 가리는 문제풀이 방식이 아니라 읽기능력의 5가지 핵심요소(음소인식·파닉스·유창성·어휘력·이해력)를 ‘진단’하는 체계도 들여와 국내 적용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우 교수는 “예를 들어, 미국 현지의 언어교육인 ‘랭기지 아츠(Language Arts)’는 단순히 의사소통 위주인 우리나라 영어교육과 달리 작가의 의도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리터러시 능력을 높이는 프로그램”이라며 “제도권 공교육에선 이 같은 프로그램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방과후학교 같은 공적 교육에 잘 적용하면 미래사회에 필요한 진짜 영어실력을 키우는 부산형 영어교육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교육청과 부산시는 조만간 관련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전문가가 참여하는 (가칭)글로벌 영어상용화도시 부산추진단을 꾸려 주요 정책을 결정할 방침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상설기구인 부산추진단에서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중요한 아젠더를 결정하고, 양 기관 전담조직의 실무진이 세부 사업추진하는 방식으로 영어상용화도시 관련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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