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료인이 법인 설립해 병원 운영해도 위법 아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대형 의료재단 대법 상고심
원심 확정하고 최종 무죄 판결
사무장병원 여부 판단 기준 제시

의료법인 설립 허가를 받아 적법하게 요양병원을 운영했다면 비의료인이라하더라도 의료법인 설립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일보DB 의료법인 설립 허가를 받아 적법하게 요양병원을 운영했다면 비의료인이라하더라도 의료법인 설립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일보DB

비의료인으로 의료법인 이사장을 맡아 요양병원을 운영하다 의료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부산의 대형 의료재단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으로 재판에 넘겨진 부산의 A 의료법인 이사장과 B의료법인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윈심을 확정했다. A이사장은 의료재단과 2곳과 요양병원 5곳의 실소유자로서 의료인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으로 요양병원을 운영하며 건강보험료를 부정하게 지급받은 혐의로 지난 2019년 4월 기소됐다.

대법원은 의료법인 설립 허가를 받아 적법하게 의료업을 했다면 비의료인의 의료법인 설립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판결문은 “원심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의료법 제33조 2항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당초 검찰은 B의료법인의 모체를 의료법인과 관계없는 생활협동조합으로 보고 생협이 운영하는 대부분의 요양병원을 사무장병원으로 판단하고 기소했다. 또 A이사장이 독단적으로 의료재단을 운영했고, 사적이익을 위해 요양병원을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검사의 기소이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했으며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최종 무죄를 확정했다. 의료법은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의료법인에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을 명시적으로 부여한만큼 비의료인도 의료법인을 통해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요양병원 운영 과정에서 의료재단의 자산가치가 계속 커졌고 기본재산이 훼손되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고 △의료법인이 당기순이익을 실현하는 등 우수한 경영성과를 내었고 회계처리의 투명성과 외부 감시기능이 개선된 점 △진료와 행정업무가 적절하게 분리되어 있고 소속 의사들에게 수익 극대화를 위해 부정한 의료행위를 하게 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 점 △생협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과 관련하여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검사의 주장이 이유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사무장병원 여부를 판단하는 표준적인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도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설립해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것을 법에서 허용하고 있다. 다만 서류위조 등 부정한 방법으로 의료법인을 설립하거나, 사적이익을 위해 의료기관을 운영했거나, 비의료인이 구체적인 의료행위에 직접 관여한 경우는 사무장병원에 해당된다며 위법 기준을 제시했다.

이번 사건을 변론한 구남수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무리한 기소와 법리판단으로 인해 억울하게 사무장병원 취급을 받았다. 재판과정에서 재산을 압류 당하고 의료급여 지급이 정지되는 등 각종 불이익을 당한 피고인의 누명을 벗겨준 지극히 타당한 판결이다”고 평가했다.

변호인 측은 의료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는 대부분의 요양병원들이 소송 과정에서 폐업하는 경우가 많아 불합리한 상황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당 의료기관에서 횡령 등의 형사사건이 발생하면 해당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에서 그쳐야 하며 의료법인을 상대로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