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대만 찾은 미국 의원단… 중, 전투기 투입하며 반발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미 의원 5명, 인도태평양 순방
차이잉원 총통·외무장관 면담
펠로시 이후 11일 만에 또 긴장
중 전투기, 방공식별구역 진입

존 개러멘디 등 미국 민주·공화당 하원 의원 4명이 14일 대만 쑹산 공항에 도착해 쉬유뎬(가운데) 대만 외교부 북미국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존 개러멘디 등 미국 민주·공화당 하원 의원 4명이 14일 대만 쑹산 공항에 도착해 쉬유뎬(가운데) 대만 외교부 북미국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행으로 인해 미·중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가운데 미국 의회 대표단이 또다시 대만을 찾았다. 이에 대대적인 ‘대만 봉쇄’ 훈련을 끝낸 중국이 다시 대만해협 일대에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는 무력 시위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회담설이 나오는 등 관계 회복의 출구전략을 찾는 미국과 중국이 다시 냉각기에 접어들 전망이다.


주대만미국협회(AIT)는 14일 성명을 통해 “민주당 에드 마키 상원 의원이 이끄는 의회 대표단 5명이 인도태평양 순방의 일환으로 대만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상원 외교위의 동아태 소위 위원장인 마키 의원 외 나머지 4명은 민주당 소속인 존 개러멘디, 앨런 로언솔, 돈 바이어 하원 의원과 공화당 소속인 아우무아 아마타 콜먼 라데와겐 하원 의원이다. 마키 의원은 이날 따로 타이베이 타오위안 공항으로 입국했고, 다른 네 명 의원은 미군 C-40C 전용기편으로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AIT는 대표단이 현지 고위 지도자들과 지역 안보, 무역·투자, 글로벌 공급망, 기후변화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조지프 우 대만 외무장관과도 잇달아 면담한다.

이번 의회 대표단의 방문은 지난 2~3일 펠로시 의장의 방문 이후 불과 11일 만이다. AIT는 성명에서 이번 대만 방문에 대해 “중국이 대만해협과 역내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와중에 이뤄진 것으로 대만을 향한 미 의회의 확고한 지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키 의원실도 성명을 내고 “이번 방문이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를 증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미 의원들은 미 정부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 부합하게 행동해야 한다”면서 “이번 방문은 미국이 대만해협의 안정을 원치 않음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매체들도 미국 의원들이 군용기를 타고 대만에 온 것은 비공식 방문이 아니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15일 의회 대표단이 대만에 도착한 다음 날 중국 전투기가 잇달아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중국군 전투기가 이날 오전 7차례 대만 북부, 서부, 서남부 ADIZ를 넘어와 대만군이 경고 방송 등을 통해 대응했다며 미국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에 대한 항의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은 앞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역대급 고강도 군사 훈련을 벌였다. 지난 10일 훈련을 종료했지만 향후 전투 대비 순찰을 상시화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11~13일에는 수십 대의 군용기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서며 무력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미·중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여파에도 오는 11월 처음으로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2일 시 주석이 11월 동남아시아 방문을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대만 문제가 재차 불거지면서 3연임을 앞둔 시 주석이 리더십 유지를 위해 대화 제스처보다는 강경 대응에 나설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