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세월’ 거제 해양플랜트산단, 결국 백지화 수순 밟나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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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평가 5년 유효기간 만료
재승인 받으려면 1년 이상 소요
출자 기업과 출구 전략 찾기로

해양플랜트국가산단 조성 예정지인 거제시 사등면 사곡만. 부산일보DB 해양플랜트국가산단 조성 예정지인 거제시 사등면 사곡만. 부산일보DB

국토교통부 몽니에 하세월이던 경남 거제시 해양플랜트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부산일보 7월 15일 자 10면 등 보도)이 결국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환경영향평가 유효 기한 만료’를 목전에 두고 대기업 참여가 성사돼 기사회생하는 듯했지만, 끝내 국토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사업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거제시는 출구 전략을 찾고 있다.

16일 거제시에 따르면 해양플랜트산단 조성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가 지난달 18일 실효됐다. 관련법은 ‘사업계획 등을 승인하거나 사업계획 등을 확정한 후 5년 내 사업을 착공하지 아니한 경우 환경부 장관에게 환경영향평가 재협의를 요청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7년 7월 18일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친 해양플랜트산단은 지난달 17일이 기한 만료일이었다.

이제 사업 승인을 받으려면 환경영향평가부터 다시 해야 한다. 4계절 이상 모니터링을 거쳐야 하는 탓에 최소 1년 이상을 허비해야 한다. 대규모 바다 매립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불가피하다.

거제시는 현재로선 계속 추진이 어렵다고 인정했다. 김천식 미래전략과장은 “단계별로 실행 가능한 집행계획을 수립하는 ‘조건부 승인’이라도 받으려 부단히 노력했지만, 근원적인 부분들이 해결되지 않았다. 현 단계로는 승인이 곤란하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토부는 승인 요건으로 △대기업 참여 △실수요 기업 유치 △신뢰할 만한 자금조달 계획을 요구했다. 거제 해양플랜트산단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는 기존 산단과 달리 지자체와 실수요자, 금융·건설사가 손잡고 사업비 전액을 조달하는 국내 최초의 민간 투자 방식 국가산단이다. 때문에 보다 확실한 담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거제시는 대기업 참여 요구에 대한 회신으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출자확약서’와 ‘출자의향서’를 제시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두 기업이 ‘SPC(특수목적법인·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업단지(주))’ 등기부에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SPC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거제시와 한국감정원, 부산강서산업단지(주), (주)경남은행 그리고 SK에코플랜트·쌍용건설·대우조선해양건설이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법인이다.

불투명한 사업비 조달 계획과 기대에 못미치는 용지 수요도 발목을 잡았다. 해양플랜트산단 조성 추정 사업비는 1조 7340억 원. SPC는 경남은행의 ‘금융취급의향서’를 제시했지만, 국토부 신뢰를 얻기엔 역부족이었다.

거제 해양플랜트국가산단 조성 계획도. 거제시 제공 거제 해양플랜트국가산단 조성 계획도. 거제시 제공

산단 내 산업용지는 215만 3000㎡. 2016년 국토부에 사업 계획 승인을 요청할 당시, 중소 조선기자재업체 35곳이 이 용지를 분양 받겠다며 실수요자조합에 가입했다. 이들 업체만으로 100% 분양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절반도 안 되는 15곳만 남았다. 이마저도 일부는 탈퇴 의사를 밝힌 상태다.

남은 기업 중에도 실제 분양대금을 치를 수 있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산업용지 예상 분양가는 3.3㎡당 190만 원, 평균 분양 면적 6만 6000㎡를 기준으로 380억 원을 내야 한다. 90%를 대출받고 10%만 부담한다 해도 38억 원이 필요하다. 장기 불황 후유증으로 당장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영세 기자재업체로선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거제시는 조만간 계속 추진 여부를 결론 내기로 했다. 사업 지연에 따른 피로감, 사회적갈등 비용 등을 고려할 때 더는 시간을 끌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사업 예정지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재산권 행사에 걸림돌이 되고 있고, 인근 아파트단지 도시가스 인입이나 학생 통학로 등 실생활과 밀접한 사업들까지 덩달아 지연되고 있다. 이에 거제시의회도 집행부의 과감한 결단을 압박해 왔다. 거제시 관계자는 “거제시뿐만 아니라 출자사가 더 있다. 이들과 협의가 돼야 한다. 필요시 제3의 입지도 고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거제 해양플랜트산단은 경남도가 2014년 말 정부로부터 유치한 3개 특화 산업단지 중 하나다. 조선 빅3 해양플랜트 부실과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경쟁력 약화 등으로 한동안 지지부진하다 2017년 최대 난관 중 하나였던 공유수면매립(사곡만 301만㎡) 심의를 통과하고 환경영향평가 협의까지 마치면서 탄력을 받는 듯했지만, 최종 승인권자인 국토부가 제동을 걸면서 표류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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