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네옴시티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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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2000년대 후반 두바이 신드롬으로 한국이 들썩인 적이 있었다. 삼성물산이 지었다 해서 더 친숙해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부르즈 할리파’에 가 보고 싶어 했고 최초의 7성급 호텔 ‘부르즈 알 아랍’에서의 하룻밤을 꿈꾸었다. 세계 최대 인공섬 ‘팜 아일랜드’는 사막의 기적으로 회자됐다. 이들로 상징되는 인공 도시 건설은 모래바람 날리던 작은 어촌 두바이를 ‘중동의 진주’로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2008년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이 두바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며 새만금은 물론 인천 송도 신도시와 부산 신항까지 ‘한국의 두바이’로 만들겠다고 했을 정도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제2의 두바이로 불리는 ‘네옴시티’ 건설을 발표해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의 인공 도시 바람이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우디 북서부에 서울 크기 44배에 달하는 2만 6500㎢ 규모의 친환경 미래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새로움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네오(NEO)’에 아랍어로 미래를 뜻하는 무스타크발(Mustaqbal)의 ‘M’을 합성해 만든 네옴시티는 100% 신재생에너지로 운영되는 친환경 주거·상업 도시 ‘더 라인’, 최첨단 산업도시 ‘옥사곤’, 친환경 관광도시 ‘트로제나’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최근 ‘더 라인’ 조감도를 직접 공개하며 국가 차원의 건설 의지를 강조했다. 총사업비 640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프로젝트로 최근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참여가 가시화된다는 소식에 제2의 중동 건설 붐에 대한 기대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건설사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삼성물산이 부산 강서 에코델타시티 내 스마트빌리지 사업자로 참여한 것도 네옴시티 사업을 내다본 포석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의 입장에서는 사우디가 2030 월드엑스포 유치전의 최대 경쟁국이란 점에서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네옴시티를 통해 산유국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도시의 면모를 부각시키려 하는 게 2030 월드엑스포 유치 전략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일머니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 그래 봐야 인공 도시 아닌가. 부산이 가진 천혜의 자연자산이 더 큰 강점일 수 있다. 네옴시티가 현실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블룸버그는 네옴시티와 관련해 “공상과학소설에서 따온 듯한 도시계획”이라며 “(도시 건축을 위한) 예산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래저래 부산으로서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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