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는 국힘 공천만 받으면 당선? 민심 왜곡한 ‘이준석 발언’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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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윤핵관 험지 출마”… 이슈 부상
18대 총선 친박 무소속들 당선
20대 총선은 되레 민주당 강세
7회 지선 때는 광역·기초 참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부울경에선 국민의힘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당선된다?”

요즘 서울 여의도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핵심 이슈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향해 연일 ‘험지 출마’를 촉구하면서 부산·울산·경남(PK) 표심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대표의 주장은 이렇다. 윤핵관(장제원 이철규 권성동)과 ‘윤핵관 호소인’(박수영)의 지역구는 “어떤 난리를 쳐도 살아남을 자신이 있는 것”이고, “(국민의힘)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곳”이다. 이 대표가 주장한 ‘국민의힘 공천=당선’ 지역에 부울경이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이 대표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부울경 민심을 왜곡한 잘못된 발언’이다.

역대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3대 빅이벤트에서 보수진영이 PK에서 우위를 유지해 온 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민주당 계열의 대통령이 PK에서 1위를 차지한 적이 없고, 총선과 지선에선 보수 계열 정당이 대부분 승리를 거뒀다.

이를 두고 정가에선 “민주당이 PK 정서에 맞지 않은 정강정책을 펼치거나, 보수정당에 뒤처지는 후보를 공천해서 최근에 패한 것이지 부울경 유권자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특정 정당에만 표를 몰아준 것은 아니었다”고 평가한다. 18대 총선 당시 친이(친이명박)계 주도로 친박(친박근혜)계가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자 부산에서 6명의 친박 성향 후보가 무소속으로 당선된 게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20대(2016년) 총선 이후 부울경의 정치 지형이 완전히 바뀌었다. ‘특정 정당 독식’ 구도는 거의 사라졌고, 오히려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20대 총선 땐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공천파동으로 PK(전체 40석)에서 13명의 야당 또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고, 21대 총선 때도 민주당이 부울경에서 7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더욱이 2018년 7회 지방선거에선 ‘문풍(문재인 바람)’의 영향으로 1995년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민주당이 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을 모두 이겼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반대로 이번 6월 지선에선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실망감과 현직 부울경 지자체장들에 대한 불만이 고조돼 민주당이 PK에서 참패했다. 최근의 각종 선거결과를 분석해 보면 부울경 유권자들은 ‘오만’하거나 민심을 ‘왜곡’하는 세력에게 반대표를 던지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22대 총선을 600일 정도 앞둔 여야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차기 총선을 통해 과반 의석을 차지하려는 국민의힘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을 맞이한 현 집권세력의 성적표는 ‘위험’ 수준이다. 에너지경제신문과 리얼미터가 11~12일 실시한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윤 대통령의 부울경 국정 지지도는 35.7%에 불과하고, 부정평가는 63.1%였다. PK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46.4%)이 국민의힘(41.4%)을 앞섰다. 6월 지선을 앞두고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5월 23~27일)에서 윤 대통령의 PK 지지도가 64.6%였고, 부정평가가 29.8%였던 것과 비교하면 3개월도 안돼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다음 총선 때 ‘여소야대가 유지될 것’이란 PK 응답(43.4%)이 ‘여당이 다수 의석 차지할 것’이란 답변(25.4%) 보다 훨씬 높았다. 부울경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의 총선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총선이 ‘정권 심판론’ 위주로 전개될 경우 국민의힘은 부울경에서 최악의 성적을 거둘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은 ‘PK는 우리편’이라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새 인물 수혈 없이 기존 현역 의원을 그대로 공천해서도 안 되지만, 경쟁력 있거나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현역을 일방적으로 다른 지역으로 빼돌려서도 안 된다”고 충고한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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