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퍼붓는데… 산사태 사고 1년 넘도록 첫 삽도 못 뜬 현장 복구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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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붕괴 암남동 절개지
사고 뒤 3단 마대로 임시방편만
10년 새 산사태 4번·안전 D등급
정비계획 필요 평가에도 하세월
서구청 “행안부에 예산 요청 중”
도처에 안전조치 미흡한 급경사지

부산 서구 암남동 붕괴 급경사지 복구 공사가 사고 1년이 넘도록 진행되지 않고 있다. 16일 찾은 사고 현장에는 철제 가림막과 3단으로 쌓아 올린 마대 등으로 임시 조치만 돼 있다. 부산 서구 암남동 붕괴 급경사지 복구 공사가 사고 1년이 넘도록 진행되지 않고 있다. 16일 찾은 사고 현장에는 철제 가림막과 3단으로 쌓아 올린 마대 등으로 임시 조치만 돼 있다.

지난해 6월 붕괴 사고가 난 부산 서구 암남동 절개지가 사고 1년이 넘도록 복구 공사 등 안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 등지에서 기록적 폭우로 침수 피해가 잇따르면서 서구 암남동 등 붕괴 우려가 있는 부산 급경사지 곳곳에 대한 신속한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부산 서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붕괴 사고가 벌어진 서구 암남동 급경사지에 대한 복구 공사는 현재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해당 지역은 지난해 6월 대규모 붕괴 사고가 벌어졌다. 당시 약 50m 높이에서 흙과 돌이 떨어져 인도와 도로를 덮쳤다. 붕괴된 면적만 1700㎡ 안팎에 달했다. 다행히 인근을 지나다니던 사람이 없어 인명 피해는 피했지만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특히 당시 붕괴 사고는 ‘예고된 재난’으로 드러났다. 2012년부터 사고 현장에서는 낙석 사고가 4차례나 발생했고 2019년에는 안전위험등급 D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땅 소유자와 구청 간 갈등 등으로 안전 조치가 미뤄지면서 끝내 붕괴 사고로 이어졌다.

해당 지역은 사고 이후에도 관할 지자체에서 복구 공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날 낮 12시께 찾은 서구 암남동 사고 현장에는 낙석을 방지하는 천막이나 빗물을 막는 차수벽 등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사고 이후 응급조치로 쌓아 올린 3단 마대와 철제 가림막만 1년이 넘도록 남아 있었다.

서구청은 예산 부족으로 복구 공사를 시작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올해 2월 복구 용역 결과, 사고 현장 주변도 붕괴 우려가 있어 주변 공사를 병행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복구 예상 비용이 100억 원이나 나왔다고 한다. 구청 측은 이 정도 비용은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구청 경제녹지과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에 예산을 계속 요청하고 있고 조만간 복구 설계 용역에 착수할 방침”이라며 “전문가 자문 결과 추가 붕괴 우려는 없고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CCTV를 통해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곳곳에는 서구 암남동 사고 현장처럼 낙석 사고 위험이 있는 급경사지가 산재해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의 급경사지는 모두 695개로 그중 인명 피해 우려지역 급경사지는 70곳이다. 복구 공사 등 대응이 시급한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도 △사하구 승학2지구 △승학3지구 △영도구 영선2지구 △강서구 눌차지구 △서구 암남2지구 △중구 용두산지구 등 총 6곳이다. 급경사지는 위험도에 따라 A~E등급으로 나뉜다. D·E등급은 ‘붕괴 위험지역’으로 필수 지정된다. 강서구 눌차지구는 옹벽과 배수로 설치 등 긴급 조치를 완료했고 다른 지역 또한 복구를 위한 설계를 진행 중이다.

심각한 점은 복구 설계가 이뤄지지 않거나 긴급 안전 조치가 미흡한 곳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최근 수도권에서처럼 짧은 시간에 폭우가 쏟아진 것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면 붕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암남동 절개지뿐만 아니라 중구 용두산지구의 경우 해당 구간 출입통제 조치는 이뤄졌지만 낙석을 방지하는 천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구청 안전도시과 관계자는 “낙석이나 토사가 밀려올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돼 낙석 방지망 등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인근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은 폭우에 낙석 사고나 토사가 밀려오진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암남동 절개지 붕괴 현장 인근에서 일을 하는 박 모(48) 씨는 “경사가 급해 돌과 흙이 밀려 내려올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비 올 때뿐만 아니라 1년 내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암남동에서 토목 관련 일을 한다는 최 모(63) 씨는 “비가 많이 내리면 적극적으로 안전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시 자연재난과 관계자는 “수시로 위험 지역을 점검하고 있고 시민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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