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여성들이’는 옛말… 폭염에 양산 펴는 시민 늘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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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자체 양산 대여 이용자 보니
성별 차이 거의 없고 용도에 집중
온열질환 예방 효과에 최근 각광
전국 타 시도 양산 대여 확대 시행

전국에 폭염경보가 내린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시민들이 양산을 쓰고 걷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에 폭염경보가 내린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시민들이 양산을 쓰고 걷고 있다. 연합뉴스

연이은 무더위 속 양산을 쓰는 시민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부산지역 일부 구·군에서 시행하는 양산 대여 사업에서 이용자의 성별이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온열질환자 중 남성 비율이 더 높은 만큼 지자체는 모든 시민을 위한 폭염 대책으로 양산 이용을 독려하고 나섰다.


16일 부산 연제구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 11일까지 여름철 양산 대여 사업의 이용 건수는 총 660건으로, 이용자 성별은 남성 341명(51%), 여성 319명(49%)로 비슷했다. 올해 처음으로 양산 대여 사업을 시작한 강서구에서도 지난 9일까지 전체 이용자 35명 중 남성 이용자는 15명(43%)으로 나타나 여성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남성들도 양산 사용에 별다른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조 모(30·부산 동래구) 씨는 “양산을 쓰는 게 부끄럽거나 눈치가 보이지는 않지만 들고 다니기 귀찮을 뿐”이라며 “주민센터 등에서 빌릴 수 있다면 자주 쓸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모(45·부산 영도구) 씨는 “아내가 챙긴 양산을 함께 써 보니 확실히 더위가 덜했다”며 “아직은 양산을 챙기는 일이 익숙하지 않지만 앞으로 자주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연제구청 관계자는 “남성 이용자가 적으리라는 것은 고정관념이었다”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시민 여러분이 양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건강하게 여름을 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양산’ 항목의 뜻풀이 “주로, 여성들이 볕을 가리기 위하여 쓰는 우산 모양의 큰 물건”에서 “주로, 여성들이” 부분을 삭제하기도 했다.

반면 남성의 양산 이용이 보편적인 문화가 됐다고 일반화하기는 무리라는 분석도 있다. 부산 동구청에서는 3년 동안 양산 대여사업 이용 건수가 3581건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남성 이용자 비율은 20%(726명) 수준에 머물렀다.

양산의 온열질환 예방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2019년 계명대 지구환경학과(당시 환경계획학과) 정응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한여름 오후 2시 아스팔트 도로 위에 선 사람 머리 표면 온도는 2분이 지나자 55도에 도달했지만 양산을 쓰자 1분 만에 35도 아래로 떨어졌다.

양산은 최근 폭염에 늘어나는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으로 더욱 각광을 받는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8월 14일까지 부산지역 온열질환자는 47명으로, 지난해 9월 말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 수(45명)를 이미 넘어 섰다. 특히 전국 온열질환자 1395명 중 남성의 비율은 약 80.5%(1123명)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부산 이외에 대구, 대전, 제주 등 지자체에서도 폭염 대책의 하나로 양산 대여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대구다. 유독 무더운 날씨로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날씨가 아프리카처럼 더운 대구를 뜻하는 신조어)로 불리는 대구시는 2019년부터 시민들에게 양산을 빌려주며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양산 대여 이용자 중 남성 비율은 41.2%로 나타났다. 대구시는 양산 활용을 더욱 독려하기 위해 양산 대여소를 지난해 124곳에서 올해 274곳으로 확대했다. 화려하지 않고 우산처럼 단순한 디자인의 양산도 올해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양산 대여소를 늘리는 등 양산 쓰기를 시민의 삶 속에 일상화하는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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