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고개 배회 붉은여우 포획, 도와주세요”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환경 부적합·야생성 상실 우려
국립공원연구원 두 달째 포획 시도
시민들 주는 먹이 탓 번번이 실패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고개 일대에 자리 잡은 붉은여우 최근 모습. 독자 제공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고개 일대에 자리 잡은 붉은여우 최근 모습. 독자 제공

경북 소백산에서 400km 거리를 이동해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고개 일대에 자리 잡은 붉은여우 한 마리(부산일보 7월 7일 자 8면 보도)가 두 달 넘게 잡히지 않고 있다.


국립공원연구원 측은 달맞이고개 일대가 여우의 생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먹이를 놓은 포획 틀을 여러 곳에 설치했지만 ‘먹이 주기’ 행위로 포획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는 해운대구 달맞이고개 일대에 서식하는 수컷 붉은여우(개체 고유번호 SKM-2121) 한 마리를 포획하기 위해 쫓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이 붉은여우는 공원연구원 생태보전실이 관리하는 암수컷 교배를 통해 지난해 3월 태어났고, 야생적응 훈련을 거쳐 지난해 12월 경북 영주시 소백산 일대에 방사됐다. 이후 붉은여우는 강원도 동해시로 옮겼다가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지난 6월 동해안을 따라 부산까지 약 400km 거리를 이동했다.

도심과 인접한 달맞이고개에서 붉은여우가 목격되자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원연구원 측은 달맞이고개 일대가 붉은여우가 생존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포획을 위해 직원 2명을 파견했다. 포획은 먹이를 놓은 포획 틀 5개를 곳곳에 놓고 기다리는 방식이다. 공원연구원 측은 붉은여우 목에 GPS가 달려 있어 위치가 실시간으로 파악되지만, 날쌔고 영리한 야생동물을 사람이 직접 잡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이 붉은여우는 두 달 넘게 잡히지 않고 있다. 붉은여우가 달맞이고개 일대에서 ‘캣맘’ 등 시민들이 두는 고양이사료 등을 먹는 탓에 포획 틀로 쉽게 유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캣맘은 “배가 고픈 붉은여우가 고양이를 잡아먹을 수도 있어서 사료를 평소보다 많이 주고 있는데 사룟값이 배 이상 늘어난 상황이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붉은여우가 야생성을 잃지 않을까 우려한다. 달맞이고개 일대는 붉은여우 주식인 들쥐 등의 동물이 충분하지 않아 사람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남 부산야생동물협회 부회장은 “달맞이고개 일대는 야생동물이 없고 캣맘이나 시민들이 주는 먹이가 충분히 확보돼 붉은여우가 서식하기에 자연 상태라고 보기 힘들다”면서 ”번식기가 되면 암컷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하루빨리 포획해 자연으로 보내줘야 한다“고 밝혔다.

원혁재 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장은 “야생성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 하루빨리 붉은여우를 포획해 건강검사와 자연 적응 훈련 등을 시켜 다시 방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