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지난해 부과 과징금 1조 84억, 기업 불복… 94%가 행정 소송 제기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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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도 3803억보다 2.7배 많아
현 정부 ‘기업집단국’ 축소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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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공정거래 관련 법을 위반한 사업자에 부과한 과징금이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자들은 이 중 90%가 넘는 금액에 대해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과징금 규모가 커지면서 공정위 처분에 순응하지 않으려는 기업들과의 법정 다툼도 눈에 띄게 늘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17일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공정위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전년(3803억 4300만 원)보다 2.7배 많은 총 1조 83억 9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전까지 공정위의 연간 과징금 부과액이 1조 원을 넘은 것은 2017년(1조 3308억 2700만 원)이 유일했다.

지난해 과징금 부과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이 제기된 과징금 액수는 9466억 8500만 원으로 전체 과징금의 93.9%에 달했다. 여기에는 이전 연도에 부과됐다가 취소 후 재산정됐으나 지난해 다시 소송이 제기된 과징금도 포함돼 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지난해 시정권고·시정명령·과징금 등 행정처분 전체에 대한 소송 제기 비율(건수 기준)은 26.8%였다. 이는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과징금 부과액 대비 소송 제기 금액 비중보다는 낮다.

과징금은 기업에 직접적인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소송 비용을 들여서라도 처분의 타당성을 따져보려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공정위가 각종 소송 대응에 쓴 비용은 31억 6000만 원이다. 공정위가 소송 패소 등으로 기업에 환급한 과징금은 2016년 2979억 원, 2017년 2432억 원, 2018년 1416억 원, 2019년 2327억 원, 2020년 98억 원, 2021년 92억 원이다.

특히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부당지원, 총수일가 사익편취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지난해 9건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해 2851억 3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2017년 기업집단국 신설 이후 최대 규모로, 전년(1241억 6500만 원)의 2배를 웃돈다. 유형별로는 부당지원 제재가 6건, 지주회사 설립·전환과 관련한 규제 위반 제재가 3건이었다.

기업집단국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신설돼 '재벌개혁 전담 조직'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기업집단국이 조사해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은 25건, 과징금은 4560억 9100만 원에 이른다. 연간 과징금 부과액은 2017년 24억 300만 원, 2018년 398억 5600만 원, 2019년 45억 3300만 원, 2020년 1241억 6500만 원, 2021년 2851억 3400만 원이다.

하지만, 기업 친화적 정책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기업집단국의 위상이 예전만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올해 9월 30일 평가 기간이 만료되는 기업집단국 내 지주회사과는 폐지가 유력하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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