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퍼펙트 스톰' 우려 속 정부는?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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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진 서울경제팀장

영화 ‘퍼펙트 스톰’ 글로벌 경제 재연 조짐
코로나19와 전쟁 여파로 물가·금리상승 등
1997년 IMF, 2008년 금융위기 이은 위기
윤석열 “체계적 대응으로 해법 찾기 나서”

“이러다가 무슨 일 나지 않을까?”

최근 각종 경제위기 징후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글로벌 경제 내지 우리 경제가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퍼펙트 스톰은 본래 개별적으로는 위협적이지 않은 태풍 등이 다른 자연현상과 동시에 발생하며 엄청난 파괴력을 내는 재해 현상을 일컫는다. 지난 1991년 실화를 바탕으로 2000년엔 동명의 영화까지 나왔다. 대략 줄거리는 이렇다.

부진한 어획 때문에 선주에게 압박을 받은 안드레아 게일호의 선장 빌리 타인은 다른 다섯 명의 선원과 함께 만선의 꿈을 안고 어자원이 풍부한 어장으로 나간다.

태풍이 몰려온다는 소식에 다른 배들은 모두 귀항을 결정하지만, 타인 선장은 항해를 계속한다. 하지만 기상은 갈수록 악화되고, 남쪽의 태풍전선 허리케인이 대서양으로 북진하면서 다른 두 개의 기상전선과 충돌할 위기에 빠진다. 이어 이 세 개의 기상전선이 충돌하면서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폭풍이 순식간에 형성되고, 어선은 한 명의 생존자도 남기지 않고 대서양의 깊은 곳으로 침몰한다.

퍼펙트 스톰은 기상현상이지만 초대형 경제위기 상황을 비유할 때 자주 쓰이고 있다. 1998년 외환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대표적이다. 10여 년이 지난 요즘 퍼펙트 스톰이 다시 오르내린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의 인플레이션 여파로 각종 경제수치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유와 곡물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 반도체 공급망 위축, 각국의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 부채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글로벌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양새다. 대만을 두고 중국과 미국의 패권전쟁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물가 상승과 대출이자 급증 등으로 “못 살겠다”는 가구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고물가 상황에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 속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뒷걸음질 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대한민국호’에 탑승한 선원(국민)은 선장(대통령·정부)의 결정만 바라보고 있다. 귀항하느냐 폭풍우를 뚫고 항해를 계속하느냐는 일개 선원이 결정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현재의 위기 상황이 영화와는 다르다고 항변할 수 있다. 영화 속 빌리 타인 선장과는 달리 대한민국호를 폭풍우 속으로 몰고간 것은 대통령·정부보다는 전쟁, 코로나 등 글로벌 악재들이 주된 요인이기 때문이다.

폭풍 속으로 가는 과정이야 어찌 됐든 현 정부는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종 민생안정대책을 내놓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월 업무를 시작한 이후 9차례에 걸쳐 민생·물가 안정 대책을 내놨다.

추석 이전 물가를 잡기 위해 농축산물에 대한 할당관세 범위를 대폭 확대해 공급 확대와 가격 인하를 꾀했고, 비축물자를 시장에 풀고 사상 최대 규모의 할인쿠폰을 내놓았다. 유류세 인하 폭을 30%에서 37%로 늘리는 조치도 단행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긴급생활안정자금 등 소상공인·저소득층 생활·생계비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대책도 냈다. 취약차주(저신용 저소득 대출자)들에 대한 저금리 전환·채무 조정에 125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이슈가 계속 불거지면서 최근 발표된 한 방송사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관해 “잘하고 있다”는 답변(28.6%)보다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66.0%)이 훨씬 많았다. 향후 잘할 것이라는 전망도 30%대로 낮게 나왔다.

불안한 지지 속에 윤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최근 경제 상황과 관련,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고 경제 기조를 민간 중심, 시장 중심, 서민 중심으로 정상화했다.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이 확대되는 위기 상황을 (정부가)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가운데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자신했다.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통령과 정부가 제대로 대응했는지는 향후 경제수치들이 잘 답변해 줄 듯하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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