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헌법이 바라본 국회와 정부의 권한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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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정부의 시행령을 통한 집행행위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행정안전부가 시행령을 통해 경찰국을 신설했고, 법무부가 시행령을 통해 이른바 검수완박법(검찰청법)에서 위임한 ‘검찰의 수사 대상 범죄’ 규정의 개정안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법률에 근거가 없다거나 허술한 입법 때문이라거나 무리한 확대해석이라는 비판이 있다.

한편 지난 6월 조응천 의원 외 더불어민주당 의원 14명은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통제 권한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국회 패싱 방지법)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행정부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가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경찰국 신설·검수완박법 시행령 논란

국회, 행정부의 법령 확대해석 견제

‘국회 패싱 방지법’으로 통제 움직임

행정입법권, 헌법이 부여한 정부 권한

법령 시행 과정 행정부 전문성 인정

국회의 과도한 행정입법 통제는 위헌


그런데 이 상황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먼저 ‘요구’와 ‘요청’의 어구만 다를 뿐 거의 동일한 국회법 개정안이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에도 발의된 바 있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출범 초기 여소야대 국면 하에서 시행령을 통해 정책 추진에 나섰던 전례가 적잖았으며, 당시 야당도 시행령 독재라며 강력 비판했던 바 있기 때문이다.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시정 요구권은 역대 국회에서 논의되곤 했지만, 항상 위헌성 논란이 뒤따랐다. 이번 ‘국회 패싱 방지법’의 발의는 정부의 시행령 정책 추진에 대한 제동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여소야대의 구조에서 정부가 ‘법으로 안 되는 것은 시행령으로 하겠다’는 것은 국회 입법권과 삼권분립 침해이기 때문에 방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 헌법은 국회 독점 입법이 아닌 국회 중심 입법 원칙에 따라, 법률제정권은 국회에 주고 법률을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은 행정부가 정할 수 있도록 행정입법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우리 헌법만의 고유한 현상은 아니며, 의회가 모든 국가정책의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내용까지 결정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음을 배경으로 하는 헌법적 결정이다.

법률 집행을 위해 필요한 상세한 사항들을 정하는 일은 현장 집행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가 상대적으로 더 전문적인 적임자다. 또 법률 내용에는 시대 상황에 따라 수시로 현실에 맞도록 세부적인 사항을 고치면서 시행해야 할 사항도 있다. 국회가 범위를 정해서 행정부에 입법권을 위임하도록 헌법이 정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행정입법권은 헌법이 부여한 정부의 고유한 권한이다.

따라서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요청권이 ‘행정부에 대한 지시권’의 의미가 된다면 과잉 통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헌법이 인정한 행정부의 독자적이고 고유한 입법권을 부인하는 것이 되어 오히려 위헌적 상황이 되어 버린다.

물론 행정입법도 모법(母法)인 법률을 전제하는 것이므로, 모법에 어긋나거나 모법이 위임하지 않은 내용을 새로이 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위임의 범위에 대해서는 해석의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행정입법권의 한계 준수에 대한 감시와 통제는 사법부(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통제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다.

당연히 국회도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다. 국회는 대통령령 등에 위임한 입법권을 회수하거나 내용을 수정하고자 할 경우 언제든지 위임 근거인 법률을 개정하여 위임을 철회하거나 수정하고자 하는 내용을 명시적으로 법률에 규정할 수 있어서다. 그렇지만 그 개정 법률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대상이 된다(헌법 제53조)는 점에서, 국회의 통제권은 간접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이 정한 입법권의 분배 질서다.

그래서 국회가 직접 행정입법 수정·변경 요청권을 갖는 것이 헌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다.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의 연방대법원도 이민 정책과 관련한 1983년 INS v. Chadha 판결에서 소위 ‘의회 거부권(legislative veto) 허용 법률’, 즉 의회의 위임에 따른 행정부의 결정에 대해 의회가 직접 변경 지시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법률에 대해 바로 이런 이유로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 모든 상황은 불필요한 국력 낭비이고 쓸데없는 정치적 혼란이다. 헌법 정신의 존중은 여야가 따로 없는 국가기관으로서의 국회의 의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곤 하는 이 상황은 다수결 원리를 논리의 지배가 아니라 단순한 수의 지배로 오해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잘못에서 비롯된다. 논의도 없고 타협도 없는, 그래서 정치가 없는 정치의 장(場)인 우리 국회의 현주소가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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