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80. 예술가 같은 제주 해녀들의 삶의 의지, 전소정 ‘보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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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정(1982~)은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작가로 한국, 프랑스, 독일, 영국 등에서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작가는 예술가로서 사회의 변화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기록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일상 속에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사건’을 회화, 전설, 신화, 영상, 설치, 스테인드글라스 등으로 시각화하여 보여 준다. 작가는 작품의 이야기를 관객이 자신에게 적용해 보고 느끼길 바라듯, 장대한 이야기에 어렵게 다가가기 보다 사람 사는 곳, 또는 주변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재구성해 보여 준다.

작가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일상의 전문가’ 시리즈를 발표했다. 부산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보물섬’도 이에 포함되어 있다. 작가는 피아노 조율사, 간판장이, 줄광대, 기계 자수사, 수석가 등 일상 속의 평범한 사람들에 주목했다. 주변의 다양한 전문가에게서 발견한 예술가적 태도와 각자의 궁극적인 이상향을 향해 몰입하는 자세를 작가적 상상력으로 해석하여 보여 준 것이다.

‘보물섬’은 11분여 길이의 영상 작품이다. 소리꾼 김율희가 부르는 제주도 해녀의 노동요 ‘이어도 사나’로 시작된다. 노래에 등장하는 이어도는 죽어서야 갈 수 있는 전설 속 섬이자 피안(彼岸)의 섬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도 바닷속 고된 물질을 이어 나가는 해녀들의 노랫말은 삶의 주체성과 의연함으로 독해된다. 여성이 깊은 바다에서 숨을 참으며 하는 노동의 몸짓은 분명한 울림이 있다.

작가는 수십 년 동안 물질을 이어 가는 해녀의 모습을 통해 여성, 그들의 노동, 장인의 기술 등을 언급하며 해녀를 예술가에 비유한다. 이것이 작가가 타인의 삶을 은유적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관객은 전소정의 작품을 통해 단순히 그들(일상의 전문가)의 생활을 목격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 다양한 존재의 생활력과 삶의 의지를 마주하게 된다.

작품 ‘보물섬’은 부산시립미술관 3층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획전 ‘나는 미술관에 ●●하러 간다’전 2실(●+●)에 전시되어 있다. 작품 속 사람과 그들의 생활에서 묻어나는 삶의 태도를 통해 스스로를 바라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기를 권한다. 전시는 10월 16일까지 열린다.

황서미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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