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한자리 지킨 부산 '스타 냉면집'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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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항시장주차장 앞 함흥보쌈사계절냉면
백년가게, 스타소상공인 연이어 선정
양파 듬뿍 든 양념 비빔냉면 독특한 맛
사골‧양지 삶은 육수 물냉면 담백‧깔끔
밥통에 2시간 보온, 숙성한 보쌈 야들

부산 영도에 ‘스타 냉면집’이 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백년가게’에도 선정됐고, 부산경제진흥원의 ‘스타소상공인’으로도 뽑혔으니 스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영도 남항시장공영주차장 입구에 자리를 잡은 함흥보쌈사계절냉면(대표 신일수)가 바로 그곳이다.


함흥보쌈사계절냉면이 문을 연 것은 1989년 10월. 올해로 개업 33주년을 맞았다. 그 덕분에 2019년 백년가게로 선정될 수 있었다. 스타소상공인으로 뽑힌 것은 최근의 일이다. 부산의 40만 개 업체 중에서 딱 10곳만 선정됐다고 한다.

신 대표는 원래 충무동에 있던 태양제분에서 근무했다. 냉면용 고구마 전분과 메밀을 생산하던 곳이었다. 현재 자리에서 냉면집을 직접 운영하던 회사 사장이 가게를 서면으로 옮기면서 신 대표에게 가게를 넘겨주었다.

신 대표는 “냉면 가게를 시작하기에 앞서 공부를 많이 했다. 부산의 여러 냉면전문집을 돌아다녔다. 서면, 남포동 원산면옥에서 6~7개월 일하며 배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원래부터 냉면의 면에 대해 잘 알고 있던데다 일을 열심히 한 덕분에 장사는 매우 잘 됐다. 한자리에서 30년 이상 맛집으로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함흥보쌈사계절냉면에서 사용하는 면은 고구마 전분 100%로 만든다. 물냉면, 비빔냉면 둘 다 똑같다. 물냉면 육수는 사골, 양지를 삶은 국물을 기본으로 해서 만든다. 여기에 마늘 등 채소를 넣어 다시 끓인다. 이렇게 해서 나온 원액을 온육수, 냉육수로 나눈다. 온육수는 갈비탕 국물로, 냉육수는 냉면 육수로 사용한다.

물냉면 국물은 깔끔하고 담백하다. 잡스러운 맛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합성 조미료가 첨가되지 않아 느끼한 맛도 없다. 아주 포근하고 편안한 기분을 주는 맛이다.

비빔냉면의 양념은 양파, 고춧가루, 간장, 후추는 물론 설탕으로 만든다. 단맛을 내는 양파가 들어가기 때문에 설탕은 맛 조절을 위해 극소량만 첨가한다. 과일, 생강, 마늘은 넣지 않는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만든 양념 조리법이다.


비빔냉면에서는 양파 맛이 많이 나는 게 독특하다. 입맛에 거슬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입맛을 끌어당기는 느낌이다. 어떻게 보면 집에서 만들어 먹는 양념처럼 촌스러우면서 건강한 맛이다.

함흥보쌈사계절냉면이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이곳에서는 보쌈도 판매한다. 냉면 못지 않게 인기를 끄는 메뉴다.

보쌈용 고기는 칠레산 삼겹살이다. 여기에 당귀, 감초, 메주콩, 생강 등을 넣어 삶는다. 메주콩을 넣는 게 특이하다. 매주콩에서는 찐득한 액이 나오는데 고기가 액을 흡수한다. 이렇게 하면 고소하고 감칠맛이 더해진다. 다른 보쌈가게에 비해 넣는 재료가 많지 않는 편이다. 신 대표는 “칠레산은 도축해서 20일이면 도착한다. 고기가 좋으면 다른 재료를 넣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보쌈용 고기를 삶는 방법이 매우 독특하다. 먼저 고기를 물에 담가 두 시간 정도 핏물을 뺀다. 삶은 시간은 25분에 불과하다. 짧게 삶은 고기를 건져내 물을 자작하게 부운 밥통에 넣어 2시간 동안 보온, 숙성시킨다. 이렇게 하면 노란 기름이 빠져 느끼한 맛이 줄어든다. 신 대표는 “밥통에서 숙성시키면 고기가 부드러워져 씹기에 편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에 오른 고기를 먹어보니 상당히 부드러웠다. 보쌈김치는 많이 달지 않고 신선했다. 무말랭이도 질기지 않고 적당히 잘 익어 먹기에 편했다.

신 대표 가게에 최근에는 아들 신희해 씨도 합류했다. 매출이 늘다 보니 일이 많아져 너무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는 “백년가게에 이어 스타소상공인으로 선정된 게 정말 기뻤다. 30년 동안 한자리만 지킨 공로를 인정받은 것 같았다. 앞으로도 더 맛있고 더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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