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시설 강화로 ‘수돗물 단수’ 피했지만 ‘미봉책’… 더 큰 ‘한계 상황’ 온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낙동강 녹조’ 대응·전망

학계 “한계 직면… 악화 위험” 경고
부산시·상수도본부 대책 마련 고심
취수탑 대안… 수백억 비용 등 걸림돌
낙동강 수질 개선만이 근본 해결책

지난 18일 경남 양산 물금취수장에 녹조 등 조류 유입을 막기 위해 살수시설이 가동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 18일 경남 양산 물금취수장에 녹조 등 조류 유입을 막기 위해 살수시설이 가동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사상 최악을 기록한 낙동강 하류 녹조 사태가 강수와 보 방류 등으로 진정세로 돌아섰다. 수돗물 공급 우려 등의 위기 상황은 일단 넘겼으나, 기후 변화 추세를 볼 때 비슷한 위기가 더 악화된 형태로 재현될 수 있어 근원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22일 환경부와 부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조사에서 물금·매리 지점 남조류 세포 수는 mL당 1만 3878개였다. 여전히 조류 경보가 발령돼 있고 녹조 양이 위협적인 수준이지만, 이달 초에 비하면 녹조 감소세가 뚜렷하다. 이달 8일에는 남조류 세포 수가 사상 최대치인 44만 7075개까지 치솟았다. 다음날 별도로 이뤄진 물금 취수구 쪽 조사에선 남조류 세포 수가 53만 2648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녹조의 진정세는 이달 초중순부터 남부 지방에도 비가 내렸고, 낙동강 8개 보도 방류량을 대폭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부산시와 부산상수도본부 등은 올 녹조 사태의 정점 구간은 지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상 최악의 녹조 사태에도 수돗물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건 2018년 말부터 이뤄진 시설 강화 효과였다. 이번 녹조 사태보다 훨씬 작은 규모 녹조에도 ‘단수’ 위기가 거론된 것을 고려하면, 당시 시설 강화가 없었다면 올 여름 단수 사태가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8년 8월의 경우 물금 취수장 일대는 mL당 남조류 세포 수가 15만 개를 넘어가면서 정수 시설의 ‘블랙아웃’(전격 중단) 위기 직전까지 갔다. 정수 과정의 과부하보다 정수 작업으로 생기는 슬러지를 처리하는 능력이 한계에 직면한 것이 이유였다. 이후 부산시는 개당 7억~8억 원대 원심탈수 시설 5개를 설치해 슬러지 처리 한도를 대폭 향상시켰다.

부산상수도본부 관계자는 “2018년 이전까지만 해도 원심탈수 시설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는데, 그때 이 시설이 확충 안 됐으면 올여름에 심각한 일들이 벌어졌을 것”이라며 “슬러지 처리 외에도 역세척 주기 단축 같은 비상 상황에 맞는 대응도 사고 없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부산은 기본적으로 녹조가 심해 녹조에 대응하는 노하우가 상당히 축적돼 있다는 게 부산상수도본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의 정수 처리 능력으로도 결국 한계에 부딪히는 상황이 다시 올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꾸준히 낙동강 수온이 상승하고 있는 만큼, 녹조 사태는 앞으로도 반복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될 가능성도 높다는 게 관련 기관과 학계의 전망이다.

부산시와 부산상수도본부 등은 근본적 대책 마련을 고심한다. 올 녹조 사태를 계기로 물금 취수장에 취수탑을 설치해 수심별로 취수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보고 관련 용역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취수탑 외에도 관로, 펌프 시설 등이 함께 건설되어야 하기 때문에 건설 비용이 45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하천 공유수면 사용 허가 등 관련 행정 절차도 복잡해 결과를 낙관하기엔 이르다.

이와 관련 낙동강네트워크 강호열 공동대표는 “당연히 취수 시설 보강도 필요하지만, 결국 낙동강 수질 개선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며 “낙동강 보 설치 뒤 녹조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녹조 양도 크게 늘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