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정체된 부산문학, 젊은 세대 ‘수혈’ 시급하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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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산김정한문학관 선정 ‘이달의 초대작가’ 4인은 “‘노후화 부산문학’, 젊은 세대 수혈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왼쪽부터 이기록 김미령 임성용 정미형 작가. 요산김정한문학관 선정 ‘이달의 초대작가’ 4인은 “‘노후화 부산문학’, 젊은 세대 수혈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왼쪽부터 이기록 김미령 임성용 정미형 작가.

부산문학은 새 기운을 필요로 하고 있다. 요산김정한문학관이 기획한 ‘이달의 초대작가’는 그러한 시도의 하나다.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작가를 격려하면서 문단 분위기를 고무하려는 기획이다. 요산김정한문학관이 처음 시도하는 ‘이달의 초대작가’ 기획에 선정된 이는 정미형·임성용 소설가, 김미령·이기록 시인 등 4명이다. 지난 18일 요산김정한문학관에서 이들을 만나 부산문학의 현재 등에 대한 집담회를 가졌다.


요산김정한문학관 기획 사업

‘이달의 초대작가’ 4인의 집담회

“독자 만남 방식 새롭지 않고 단절

문학단체 역할 못 해 ‘고인 물’”



-‘이달의 초대작가’ 기획은 어떤가?

“반갑다. 이런 기획과 ‘작가들이 독자와 이야기·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작가와 독자의 만남은 상시적으로 필요하다. 작가뿐 아니라 독자들도 요구하고 있다. 좋은 작가들이 널려 있으나 그 요구로부터 단절돼 있는 것이 부산문학의 현재다. 부산에선 작가-독자 만남 방식이 너무 낡았다. 요즘엔 변화한 매체 환경 속에서 인스타를 통해 책을 읽는 소규모 모임이 상당히 많으나 부산문학은 그런 흐름과 전혀 별개다. 서울에선 비대면 온라인 만남도 꽤 활성화돼 있다는데 이런 방식은 부산에선 딴 세상 얘기다. 구태의연한 방식 속에서 이중 삼중으로 소외돼 있는 것이 부산문학의 현재다.”

-‘지역문학론’ ‘로컬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게 중요하게,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역문학’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 오래 했으나 딱히 나아진 게 없다. ‘논(論)’과 ‘주의(主義)’는 평론가들의 영역일 따름이다. ‘지역’을 너무 얘기하는 것은 스스로를 한계 속에 가둘 수 있다. 지역주의가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과 나태한 것에 대한 보호막이 돼서는 안 된다.”

부산에서 1980년대 이후 지역문학 운동은 여러 입장으로 진화 갱신하면서 20~30년 주요하게 작동했다. 하지만 세대, 시대, 매체 환경이 달라지면서, 그리고 40년에 걸친 시대 흐름 속에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렇다고 폐기하자는 건 아니었다. 전부이자 대부분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면 이제는 한 부분이라는 거다. 이를테면 문학은 하나의 방법으로서 ‘지역’을 말할 수 있으나 결국 ‘인간’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을 바라보는 생각의 결은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이기록·김미령 시인은 “낡은 방식을 깨야 하며 결국 새로운 작가, 젊은 작가, 후속 세대를 양성하는 게 제일 시급하다”며 “문단 노후화가 가장 큰 문제이며, 젊은 세대를 끌어안는 것이 지역문학을 살리는 길”이라고 했다. 임성용 소설가는 “부산 작가들의 감각 글쓰기 주제를 보면 ‘일급 작가’와 차이가 나는 게 사실”이라며 “논을 내세우며 혼자 알아서 해라, 가 아니라 지역과 역사에 대해 제대로 천착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뭔가 가동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 3명은 1975년생 동갑이다. 1963년생인 정미형 소설가는 “서울 중심주의를 넘어서야 한다”며 “작가에게 부산은 세계로 나아가야 할 시발점이 돼야 한다”고 3명과는 조금 다르게 말했다.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필요한가?

“작가들끼리 소통할 장이 부족하다. 젊은 작가들이 별로 없다 보니 소통도 잘 안되고, 발언권 자체도 없다. 큰 문학단체들은 ‘고인 물’의 혐의가 짙다.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체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작가들이 나이가 들면서 에너지가 달리는 거다. 장을 만들어야 한다지만 장을 만들어도 안 간다. 정말 일을 할 사람이 없다. 사람이 없어 서로 연결도 잘 안된다. 매체도 부족하다. 또래의 소그룹들이 일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 갈증이 있는 만큼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면서 의기투합해서 힘있게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더 벼랑에 몰리기 전에 큰 문학단체는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부산문화재단의 지원도 다른 장르에 비해 줄어드는 것 같다.”

-어떤 작품을 쓰고 있나?

“게토 연작을 쓰고 있다. 게토는 유폐되고 소외된 공간인데 현대적 삶 자체가 게토에 갇힌 삶이 아닌가 한다. 요즘 특히 발화하는 순간에 차별을 만드는 언어와 말에 대한 고민을 기울이고 있다. 언어를 믿지 않고 시작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이기록 시인) “이전에 추상적 내면에 치중했다면 최근에는 구체적 몸의 움직임과, 유년의 보물을 찾는 기억에 천착하고 있다. 기억과 연관해 사진에 취미를 붙여 9월에 사진 단체전에 출품한다.”(김미령 시인)

“가족과 내면의 기억에 대한 글쓰기에서 근년 장소에 대한 글을 많이 쓰고 있다. 소설 발상이 장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남원 월례 언양 등의 장소가 내 소설에 나오고 있더라.”(정미형 소설가) “저는 몸으로 살아왔더라. 장편을 숙제처럼 늘 짊어지고 있다. 요즘 대화의 묘미를 느끼는 생활을 하고 있다. 묘사를 뺀 대화가 살아나는 글쓰기를 시도 중이다.”(임성용 소설가)

요산김정한문학관의 ‘이달의 초대작가’ 기획은 8~11월 매달 선정된 작가 4명의 작품 애장품 자료를 전시하고 해당 달의 4번째 주 목요일에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갖는다. 25일 오후 3시 문학관에서 첫 행사로 ‘8월의 작가’ 정미형 소설가와의 만남을 문재원 부산대 교수의 사회, 김경연 문학평론가의 발제로 연다.

글·사진=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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