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3층에 연기” 신고했는데… 발화 층 찾느라 13분 허비한 소방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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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사망 재송동 아파트 화재
옆집 주민 층수 알리며 두 차례 신고
상황실-출동 대원 정보 공유 안 돼
현장 인력 19층서 내려오며 허둥
꺼진 경보기에 초동 대응 부실까지
유족 “가족 생각에 억장 무너져”

일가족 3명이 숨진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고층아파트 화재(부산일보 6월 28일 자 8면 등 보도) 당시 소방이 불이 난 층이 아닌 다른 층을 수색하면서 발화층 진입까지 13분이나 허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은 119상황실을 통해 불이 난 세대의 옆집 주민으로부터 두 차례나 신고를 받았지만, 해당 내용은 현장에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가족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이 화재 당시 아파트 화재경보기를 정지해 놓는 바람에 참사가 빚어진 상황에서 소방의 대응 역시 부실했다며 “구조 당시 복도 엘리베이터 앞에서 가장 먼저 발견된 아버지는 조금만 더 빨리 발견됐다면 충분히 살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일 국민의힘 김미애(부산 해운대을) 의원실과 유가족을 통해 입수한 소방청의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 화재 관련 현장 대응 및 소방시설 안전기준 개선 검토 보고’ ‘화재 당시 119신고 내역’ 자료에 따르면, 소방은 올 6월 27일 재송동 고층아파트 A동 화재 현장에 오전 4시 21분 도착했다. 같은 동 33층 주민이 “십몇 층에서 연기가 나고 화재가 난 것 같다”고 신고한 지 4분 만이었다.

하지만 19층부터 발화 지점 확인과 수색을 시작해 한 층씩 내려온 탓에 정작 현장 도착 후 13분이나 지난 4시 34분에 발화층인 13층에 진입했다. 소방은 복도 엘리베이터 앞에서 쓰러진 50대 남성을 발견해 구조했다. 나머지 가족 2명 등을 불이 난 집안에서 발견해 이송하는 등 불이 일차적으로 진압된 ‘초진’은 발화층 도착 후 23분이 지난 4시 47분에 완료됐다.

이 과정에서 발화층을 특정할 수 있는 추가 신고가 있었는데도 화재 신고를 접수한 소방 상황실과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 사이에 발화층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초동 대처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파트 방재실이 감지한 이날 화재 발생 시각은 오전 4시 9분. 소방청 자료를 보면, 최초 신고로부터 불과 30초가량 뒤인 같은 오전 4시 17분, 불이 난 13층 세대의 옆집 주민이 “가스누출 경보가 울리고 있고 복도에 연기가 너무 심하다”고 119에 신고했다. 이어 이 주민은 오전 4시 23분에도 “복도에 사람 신음소리가 들리고 있고, 연기는 가득 찼으나 안으로는 연기가 안 들어오는 상태”라고 재차 신고했다.

옆집 주민은 소방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과 후 두 차례 신고를 통해 자신의 집 호수를 소방에 정확히 전달했다. 특히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한 이후인 두 번째 신고 내용 중에는 “복도에 신음 소리가 들린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포함돼 발화층을 추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소방은 이 같은 추가 신고 내용을 전달받지 못해 정작 발화 층을 찾는 데만 13분이나 허비했다.

유가족은 소방의 현장 대응이 화재경보기를 꺼놓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의 과실 못지않게 부실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 A 씨는 “복도에서 발견된 아버지는 병원에 이송되며 가족의 안위를 물을 정도로 의식이 명확했다. 구조를 기다리며 뜨거운 연기속에 고통을 겪었을 가족을 생각하면 지금도 억장이 무너진다”면서 “옆집 이웃이 정확한 호수까지 두 차례나 신고했지만 대체 왜 신고된 현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시간을 허비하며 구조를 지체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화재 수신기로 화재 발생 층수를 파악하고 있던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이 현장에 도착한 소방에 발화층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화재 발생 당시 이 아파트 전체 화재경보기는 정지된 상태였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 방재실 중앙시스템에서는 A동 13층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 감지됐다. 한 소방업체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당직자들이 소방관에게 도착 즉시 불이 난 곳으로 바로 안내해야 했다”고 말했다.

소방 측은 당시 경찰과 일부 주민의 진술에 따라 19층으로 향했고, 옆집 이웃이 13층이라고 신고한 내용은 별도로 전달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선착 소방대장이 아파트 방재실을 확인하도록 한 지침이 있지만 현장 지휘관 판단에 따라 운용할 수 있다는 지침도 있어 당시는 급박한 상황 탓에 현장 투입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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