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조용한 일상” “검문 심해 손님 오겠나”… 불편과 맞바꾼 평산마을의 평화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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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통령 사저 경호 강화 첫날

사저 300m 밖으로 시위자 밀려나
확성기 부착차량 마을 진입 차단
소음 피해 마을 전체로 확대 우려

문 전 대통령 사저 주변의 경호구역이 확장되면서 모처럼 조용한 일상을 맞은 사저 주변 평산마을. 김태권 기자 문 전 대통령 사저 주변의 경호구역이 확장되면서 모처럼 조용한 일상을 맞은 사저 주변 평산마을. 김태권 기자

“어디, 무슨 일로 가십니까?” (대통령 경호처 경호 요원)

대통령실이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경호구역을 최장 300m로 넓힌 첫날인 22일 오전, 평산마을 식당 ‘청수골 가든’ 앞. 대통령 경호처 요원과 경찰이 마을로 향하는 모든 출입 차량을 세우고 검문검색을 시작했다.

차량 진입을 막는 펜스와 ‘여기는 경호구역입니다’라고 적힌 입간판이 세워졌다. 이날 경호구역은 동쪽으로 평산마을 청수골 가든 앞, 서쪽으로 지산마을 만남의 광장까지 확대됐다. 경호처 등은 지산마을에서도 같은 펜스와 입간판을 설치하고 검문검색에 들어갔다.

청수골 가든을 통과해 문 전 대통령 사저 입구까지 300~400m 구간을 이동하자, 도로 곳곳에 경호구역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목격됐다. 평소 집회·시위로 혼잡했던 문 전 대통령 사저 입구 도로에서는 경호 요원과 경찰이 분주히 움직였다.

이곳에서 보수 성향 유튜버 한 명이 방송을 하다 경호처 요원들에 의해 경호구역 밖으로 밀려났다. 또 다른 1인 시위자와 유튜버 3~4명도 사저 입구에서 서쪽으로 40~50m 자리를 옮기고는 “아직도 대통령인 줄 아느냐?” “경호 요원을 동원해 우리를 탄압한다”며 실시간 방송을 내보냈다.

대통령 경호천 경호 요원과 경찰이 청수골 가든 앞에서 마을로 향하는 차량에 대한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 김태권 기자 대통령 경호천 경호 요원과 경찰이 청수골 가든 앞에서 마을로 향하는 차량에 대한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 김태권 기자

문 전 대통령 사저 주변 평산마을에서는 5개 단체와 1인 시위자 6~7명이 연일 집회·시위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경호구역 확장 첫날, 보수단체들의 집단 행동은 잠정 중단됐다.

경호처는 ‘대통령 경호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22일 0시부터 화약 등 인화성 물질은 물론 총포·도검류, 폭발물, 기타 위해 도구 등의 반입을 금지했다. 확성기와 스피커 부착 차량의 마을 진입도 차단 중이다. 이로 인해 일반 차량은 물론 마을버스를 세워 승객을 검문검색하고, 행인의 가방 등도 내용물을 확인하고 있다.

비로소 이날 평산마을 주민들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아침을 맞았다. 주민들을 밤낮으로 괴롭혔던 확성기와 시위자들의 위협 행위가 처음으로 차단됐다. 사저 입구 주변에 여러 명의 보수 성향 유튜버와 1인 시위자가 여전히 있었지만, 소음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통령 경호천 경호 요원과 경찰이 청수골 가든 앞에서 마을로 향하는 차량에 대한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 김태권 기자 대통령 경호천 경호 요원과 경찰이 청수골 가든 앞에서 마을로 향하는 차량에 대한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 김태권 기자

문 전 대통령 사저 주변 주민들은 모처럼 조용한 아침을 맞자, 경호구역 확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새로운 경호구역에 포함된 일부 주민과 상인은 걱정이 앞선 모습이었다. 보수단체의 새로운 집회·시위 장소로 전락할 수 있고, 검문검색으로 마을 주민들은 물론 방문객들의 출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단체들의 집회·시위가 경호구역 밖으로 이동하면 확성기로 인한 소음 피해는 마을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청수골 가든 주변의 경우 최대 40여 가구가 소음을 감당해야 한다.

대통령 경호처 경호 요원들이 22일 오전 문 전 대통령 사저 입구에서 집회시위를 하던 시위자들과 경호구역 확장으로 인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독자제공 대통령 경호처 경호 요원들이 22일 오전 문 전 대통령 사저 입구에서 집회시위를 하던 시위자들과 경호구역 확장으로 인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독자제공

검문검색 강화로 방문객 불편도 현실이 됐다. 특히 경호구역 안에 있는 일부 음식점들은 검문검색으로 손님이 급감할 것을 우려한다.

평산마을 한 음식점 업주는 이날 “방문객 검문검색이 강화되니 손님들이 불편을 감수하면서 여기까지 올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또 “가뜩이나 코로나19 영향에다 경찰이 지키는 날엔 손님이 급감하는데, 앞으로 음식점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고 비서실 직원을 위협해 최근 구속된 A 씨는 이날 경찰서 유치장에서 간첩죄와 모욕죄로 문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해 각각 고소장을 제출했다.

대통령 경호처 경호 요원들이 22일 오전 문 전 대통령 사저 입구에서 집회시위를 하던 시위자들을 밀어낸 가운데 유튜버 등 1인 시위자 중 일부가 사저 입구에서 서쪽으로 40~50m가량 떨어진 곳에서 방송을 하고 있다. 김태권 기자 대통령 경호처 경호 요원들이 22일 오전 문 전 대통령 사저 입구에서 집회시위를 하던 시위자들을 밀어낸 가운데 유튜버 등 1인 시위자 중 일부가 사저 입구에서 서쪽으로 40~50m가량 떨어진 곳에서 방송을 하고 있다. 김태권 기자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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