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원 치료 중 도주 ‘수십 억대 사기범’ 항소심서 ‘징역 10년’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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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 수감 중 안과 질환 호소
두 달 만에 구속집행정지 처분
대학병원 입원 후 두 달간 도주
재판부, 권고형 상한기준보다
1년 6개월 많은 징역형 선고
피고인, 판결 불복 대법 상고

부산법원 종합청사 전경. 부산일보DB 부산법원 종합청사 전경. 부산일보DB

1심 재판에서 확인된 것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사기를 치고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입원 치료를 핑계로 도주한 50대 여성(부산일보 4월 4일 자 8면 등 보도)이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최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등으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별건의 사기 행각으로 부산지법에서 진행된 1심에서 징역 7년을, 부산지법 동부지원의 1심에서 징역 4년을 각각 선고 받았던 A 씨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1심에서 제각기 진행된 두 사건이 항소심에서 병합되면서 A 씨의 권고형 상한기준은 8년 6개월로 설정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보다 1년 6개월이 많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 씨가 구속집행정지 기간 병원에 입원했다가 도주했던 사실 등이 불리한 양형 사유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구치소에 수감됐던 A 씨는 수감 두 달 만에 안과 질환을 호소하며 입원 치료를 요구했다. 법원은 검찰과 구치소의 의견을 토대로 A 씨의 입원 치료를 허락했다. 하지만 아무런 관리·감독을 받지 않던 A 씨는 대학병원에서 유유히 사라진 뒤 두 달이나 도주 생활을 이어갔다.

피해자들은 경찰 수사 직전까지 A 씨와 골프 라운딩, 저녁 식사 등을 즐겼는데 A 씨의 시력에 문제가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안과 질환을 이유로 두 달 만에 구속집행정지 처분이 나왔다는 점도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 반응이다. 법원과 검찰, 구치소가 A 씨의 상태를 제대로 살펴봤는지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A 씨의 사기 행각으로 1심에서 인정된 피해 금액만 수십억 원이고, 부산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에서 제각기 조사 중인 다수의 고소 사건을 합하면 사기 피해액은 수백억 원 규모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이 A 씨를 검거하기 전까지 피해자들은 A 씨가 해외로 도피한 것은 아닌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A 씨는 지난 5월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어 지내다 붙잡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기죄로 이미 여러 차례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들이 강력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공판 과정에서 건강상의 문제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후 도주했고, 투자자들의 사행심을 자극해 단기간에 다수의 피해자들을 양산하는 등 그 폐해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며, 처음부터 계획된 범행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이 ‘갑상선이상선 안구돌출증’으로 인해 치료를 받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 씨는 항소심 결과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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