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잘못 끼운 거제시 행정타운… 또다시 ‘중단 위기’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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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좌초 후 삼수 끝에 새 사업자 선정
골재 판매해 공사비용 충당하는 방식
매장량 당초 예상에 못 미쳐 공기 지연
경찰, 지연에 따른 입주 불가 입장 확인

거제시 행정타운이 조성될 옥포동 산 177-3번지 일원. 9만 6994㎡ 규모 공공시설 부지를 조성해 경찰서과 소방 양대 기관이 입주하는 것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현재 공정률은 57%다. 거제시 제공 거제시 행정타운이 조성될 옥포동 산 177-3번지 일원. 9만 6994㎡ 규모 공공시설 부지를 조성해 경찰서과 소방 양대 기관이 입주하는 것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현재 공정률은 57%다. 거제시 제공

경남 거제시 행정타운 조성 사업이 위태롭다.

최초 사업권을 따냈던 민간사업자가 손을 놓으면서 4년 넘게 하세월 하다 삼수 끝에 새 사업자를 낙점했지만, 골재 부존량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또다시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

거제시가 지방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려 공사 과정에 발생하는 골재를 팔아 공사비를 충당하는 난해한 사업 방식을 고집한 탓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핵심 기관인 경찰서마저 입주 불가 방침을 굳히면서 제때 완공해도 반쪽짜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거제시 행정타운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행정환경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옥포동 산 177-3번지 일원에 9만 6994㎡ 규모 공공시설 부지를 조성, 경찰서와 소방서가 입주하는 것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추정 사업비는 부지 조성에 필요한 순수 공사비 310억 원에 토지 보상, 사전 용역, 진·출입 도로 개설 비용 등을 합친 426억 원. 이 중 410억 원을 민간사업자가 부담하기로 하고 2016년 8월 (주)세경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거제시 자체 사업이라 사업비는 원칙적으론 시가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시는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암석 등 골재 400만㎥의 판매 수익을 사업자가 갖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암석 판매를 통한 추가 수익이 기대되는 만큼 판매 이익금 중 약 100억 원을 추가로 받는 조건도 협약서에 명시했다.

계획대로라면 거제시는 단돈 16억 원을 투입해 10만여㎡의 부지와 100억 원의 세외 수입을 얻는다. 또 새로 조성한 부지를 이전 기관의 기존 건물, 부지와 맞교환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건설 경기 침체에다, 핵심 연계 사업 지연으로 골재 수요가 급감하면서 차질이 생겼다.

공정률 12%에서 공사가 중단된 상황에 거제시는 계약서에 명시한 이익금 100억 원 중 1차 분납금으로 20억 원을 고지했다.

그러나 재정난에 시달리던 세경 측은 이를 차일피일 미뤘다.

결국 거제시는 협약을 파기, 새 사업자를 찾아 나섰다.

이 과정에 이익금 배분 조항을 없애고 총공사비도 378억 9000만 원으로 낮췄다.

그런데도 1, 2차 공모에 단 1곳도 제안서를 내지 않았다.

골재를 팔아 공사비를 충당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경 측이 암석 등을 팔아 얻은 이익은 고작 872만 원이었다.

그러다 3차 공모에서 대륙산업개발(주) 컨소시엄을 새 사업자로 선정, 2020년 4월 공사를 재개했다.

거제시 행정타운이 조성될 옥포동 산 177-3번지 일원. 현재 공정률은 57%다. 거제시 제공 거제시 행정타운이 조성될 옥포동 산 177-3번지 일원. 현재 공정률은 57%다. 거제시 제공

이후 2년여 만에 공정률 50%를 넘어서며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런데 최근 대상지 내 암석 부존량이 부족해 공사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골재로 판매할 수 있는 발파암이 당초 예상한 233만㎥보다 60만㎥나 적은 170만㎥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제시는 뒤늦게 부족분을 보전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돌이 적게 나오고 흙이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사업 기간 내 공사를 마치려면 일정 부분 시비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설령 부지 공사가 제때 마무리돼도 반쪽짜리가 될 공산이 크다.

행정타운 내 공공청사 용지 4만 1345㎡ 중 3분의 2가 넘는 2만 8738㎡가 거제경찰서와 거제소방서 두 기관 몫인데, 경찰서 입주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옥포동에 자리 잡은 현 거제경찰서는 1986년 지은 노후 청사다. 도내 23개 경찰서 중 가장 오래됐다.

공공청사 신축 기준인 내구연한 30년을 훌쩍 넘겼고, 정밀진단에서 안전도 C등급을 받았다.

비만 오면 빗물이 새고 지하에는 곰팡이가 핀다. 화장실·배수로에는 악취가 진동한다. 수도·배수펌프와 배관이 낡아 녹물이 나오기도 한다.

무엇보다 건립 당시 3급지, 280여 명에 불과했던 근무 인원이 2013년 1급지로 승격되면서 440여 명으로 늘었다.

부족한 업무 공간을 보충하려 옥상 등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임시 사무실로 쓰고 있다.

주차공간도 협소해 청사를 찾는 민원인 불편도 상당하다.

기존 청사를 허물고 새 청사를 짓는 재건축안과 다른 부지에 청사를 건립해 이전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하던 경찰은 거제시 요청을 받아들여 행정타운에 입주하기로 했다.

그러나 행정타운이 표류하면서 경찰서 역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경찰은 어렵게 확보한 신축 예산마저 반납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행정타운 입주를 포기하고 대체 부지를 물색한 끝에 장평택지개발지구를 낙점했다.

이곳은 LH가 소유한 장평동 127번지 일원 1만 2000㎡ 땅이다.

2008년 ‘학교시설용지’로 지정됐지만, 신설 수요가 없어 지금까지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거제경찰서가 새 청산 신축, 이전 대상지로 낙점한 장평택지개발지구(붉은선). LH 소유로 2008년 ‘학교시설용지’로 지정됐지만, 신설 수요가 없어 지금까지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부산일보DB 거제경찰서가 새 청산 신축, 이전 대상지로 낙점한 장평택지개발지구(붉은선). LH 소유로 2008년 ‘학교시설용지’로 지정됐지만, 신설 수요가 없어 지금까지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부산일보DB

특히 장평동은 삼성중공업 배후도시로 지역 최대 도심으로 성장하면서 치안 수요가 급증한 고현동, 신현동, 상문동, 수양동과 연접해 있다.

국도 14호선 대체우회도로를 이용하면 기존 청사가 있던 아주동 장승포 옥포동 상문동 일운면 지역에도 쉽게 닿는다.

사등면 거제면 둔덕면 거제 서남부권과도 가깝고 고현항 매립지를 통하면 도심을 거치지 않아도 연초면 장목면 하청면까지 갈 수 있다.

지리적 위치, 인구, 범죄 발생 건수, 범죄 취약지 분석 등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장평지역을 최적지로 낙점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를 토대로 기획재정부로부터 경찰서 위치 변경 승인을 받아 낸 경찰은 신축 이전에 필요한 300억 5000만 원(신축비 227억 원, 부지 매입비 73억 5000만 원) 예산까지 확보했다.

이후 지난 3월과 7월 두 차례 거제시에 공문을 보내 ‘행정타운 입주 의사 없음(행정적으로도 진행 불가)’을 분명히 하고 장평동 이전 협조를 요청했다.

아직 학교용지 해제 절차가 남았기 때문이다.

도시계획변경을 통해 용도를 바꿔야 하는데, 경남도교육청과 협의를 거쳐 거제시장이 가부를 결정한다.

반면 거제시는 여전히 행정타운 입주를 고집하고 있다.

최근엔 옥포1동 주민센터를 리모델링해 임시사무공간으로 사용한 후 행정타운이 조성되면 이전하는 안을 제시하며 발목을 잡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는 "이대로는 시민 불편만 가중되고, 행정도 부담이 커질수 밖에 없다"면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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