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핵심 윤영찬, 민주 최고위원 경선 중도 하차
송갑석 의원 지지 선언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도전했던 윤영찬 의원이 22일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윤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원칙과 상식으로 민주당의 사당화를 막아보려 했지만, 전대를 통해 이를 저지하는 길은 더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후보직 중도 사퇴를 선언했다.
윤 의원의 사퇴는 현재까지 총 15곳에서 치러진 지역 권리당원 투표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득표율을 기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총 6.63%의 득표율로 8명의 후보 중 7위다. 최고위원은 득표율 5위까지가 당선권이다.
네이버 부사장을 지낸 윤 의원은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SNS본부장을 맡았고, 대선 승리 이후 곧바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맡아 3년 가까이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최측근이다. 그러나 이재명 돌풍 속에서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이재명(친명)계가 약진한 데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의원에게 친문(친문재인) 지지세가 쏠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윤 의원은 이날 후보 사퇴와 함께 역시 친문계로 분류되는 송갑석 의원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서구갑을 지역구로 둔 송 의원은 지난 주말 치러진 호남 경선에서 선전하며 누적 득표율 9.09%로 6위를 기록하며 5위인 박찬대(9.47%) 후보를 추격 중이다. 산술적으로 윤 의원 지지표가 송 의원에게 고스란히 옮겨갈 경우 3위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친문 핵심인 윤 의원이 저조한 득표율로 중도 포기하자 당 주류였던 친문계의 위상 약화를 여실히 드러내는 장면이라는 말이 나온다. 윤 의원은 이번 전대 기간 이재명 당 대표 후보의 대선 패배 책임론을 제기하는 한편, 당헌 개정 문제 등을 두고 ‘이재명 사당화’를 언급하는 등 친명계의 독주를 견제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전대의 최대 승부처인 호남 경선이 이재명 후보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당 대표 선거는 사실상 끝난 듯한 분위기다. 이제 권리당원 투표는 경기와 서울만 남겨놨는데, 두 지역 모두 이 후보의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이재명 당 대표’가 확실시되는 상황과 맞물려 이 후보의 ‘당원 중심주의’도 당 규정으로 빠르게 관철되고 있다.
앞서 민주당 당무위는 지난 19일 회의에서 권리당원 전원 투표를 전국 대의원 대회 의결보다 우선하는 최고 당법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와 당 대표 경쟁을 벌이는 박용진 후보는 “일정 숫자의 당원이 요구하는 내용을 사실상 거의 받아들여야 하는 방식”이라며 “지도부가 악용할 수 있고, 일부 강성 당원의 목소리가 당 운영을 결정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