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소변·붓는 다리… ‘침묵의 장기’ 콩팥에 무슨 일이?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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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9명 중 1명 ‘만성 콩팥병’
가려움·체중 감소 등 요독 증상
신장 많이 나빠진 후에야 자각
당뇨·고혈압·사구체신염 ‘주원인’
거품뇨 땐 콩팥질환 의심해 봐야

신장내과 박시형 교수가 초음파 검사를 토대로 환자의 콩팥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 제공 신장내과 박시형 교수가 초음파 검사를 토대로 환자의 콩팥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 제공

체내 노폐물을 걸러주는 ‘우리 몸 속 정수기’인 콩팥(신장)은 ‘침묵의 장기’라고도 불린다. 콩팥에 문제가 생겨도 증상을 곧바로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거나 이상이 생기면 몸이 붓거나 피로감 등 각종 후유증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를 일상적인 피로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다 콩팥이 이미 크게 나빠져 만성화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이 콩팥 질환에 대해 예방과 관리를 유독 강조하는 이유다.


■신장 망가진 후 자각…거품뇨 땐 의심

콩팥은 소변을 통해 노폐물을 배설하고, 수분 및 전해질 균형과 산·염기 조절을 통해 체내 항상성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장기다. 또 호르몬과 효소를 생산, 분비해 뼈 건강을 지키고, 빈혈을 교정한다. 이 같은 콩팥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노폐물을 제때 걸러지지 않고 체내에 쌓이면서 흔히 요독 증상이라고 부르는 피로, 불면증, 허약감, 가려움증, 식욕 부진, 체중 감소 등을 유발한다. 또 신장을 통해 몸의 염분을 적절히 배출해야 하는데 이런 기능이 떨어지면 염분과 수분이 쌓여 얼굴이나 팔다리가 붓는 부종이나 고혈압이 생긴다. 또 체내 향상성이 깨지고, 중추신경계 기능이 저하되면서 호흡 곤란, 부정맥, 빈혈, 골연화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통상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콩팥 손상이 있거나 기능이 감소하는 경우 ‘만성 콩팥병’으로 보는데, 국내 만성 콩팥병 환자 수는 460만 명으로, 성인 9명 당 1명꼴로 추정된다. 남성이 57%로 여성보다 많이 걸리고, 65세 이상 고령 비중이 58%를 차지한다.

문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요독 증상의 경우 콩팥 기능이 일정 수준 이상 나빠져야 자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 신장내과 박시형 교수는 “몸에 이상 증상이 발생하고 나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콩팥 기능이 많이 나빠진 경우가 많다”며 “콩팥 이상을 빨리 발견하기 위한 방법으로 소변 상태를 체크하는 게 유용한데, 소변 색이 이상하거나 거품이 난다면 즉시 병원에서 추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당뇨병·고혈압 있다면 특히 주의해야

당뇨병과 고혈압이 콩팥병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만큼, 이들 만성질환을 가진 이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대한신장학회의 2019년 발표에 따르면 만성 콩팥병의 가장 흔한 원인은 당뇨병으로, 전체의 48.8%를 차지했다. 2위는 고혈압(19.8%), 3위는 만성 사구체신염(7.7%)이었다.

당뇨병은 높은 혈당 및 기타 대사 과정을 통해 사구체나 세뇨관의 이상을 유발해 콩팥의 구조적 손상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당뇨병 환자는 혈당 관리와 동시에 콩팥 기능을 유지하는데 신경을 쓰고 매년 소변과 피 검사로 콩팥 기능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 역시 마찬가지로 콩팥의 구조적 손상을 유발하는데, 혈압이 조절되지 않거나 유병 기간이 길수록 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 이 밖에 유전적인 요인이나 심한 설사와 발열 등으로 인한 탈수, 비만, 대사 이상, 전립선이나 골반 내 문제로도 콩팥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만성 콩팥병이 진행해 콩팥의 기능이 정상의 15% 미만으로 낮아진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말기 신부전’으로 진단한다. 만성 콩팥병이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하면 중증도가 높아진다. 투석 방법의 기술적인 발전과 적절한 합병증 관리 등의 영향으로 생존율이 꾸준히 높아지고는 있지만, 2018년 기준으로 말기 신부전 투석환자의 5년 생존율은 남자 67.2%, 여자 71.7%로 나타났다. 특히 당뇨병을 앓고 있는 말기 신부전 환자는 예후가 더 좋지 않아 일반 암환자보다 생존율이 훨씬 낮다.

박 교수는 “말기 신부전 환자는 면역력이 떨어져 암 발병에도 취약해지는 만큼 암 검진에 한층 신경 써야 한다“며 “거꾸로 암 환자 역시 말기 신부전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콩팥 기능 손실에 대한 모니터링과 예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말기 신부전 땐 투석이나 신장 이식

콩팥 질환의 치료는 질환의 급만성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질병의 원인 치료와 콩팥 기능 감소로 인한 합병증을 관리하는 부분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급성으로 콩팥 기능이 나빠진 경우 정상 기능으로의 회복을 목표로 원인을 찾아내고 급성 기능 손상에 따른 합병증을 관리한다.

만성 콩팥병은 콩팥 기능의 지속적인 감소를 지연·예방하는 치료와 더불어 심혈관 질환 등 이차적 합병증을 예방·관리하는 데 중점을 둔다. 만성 콩팥병은 콩팥의 잔여 기능(사구체여과율)에 따라 5단계로 분할 수 있다. 사구체 여과율이 90% 이상이면 1기, 60~90% 미만이면 2기, 30~60% 미만이면 3기, 15~30% 미만이면 4기에 해당한다. 통상 콩팥 잔여 기능이 50%까지 떨어지는 3기까지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다가 4기에 접어들면 콩팥이 급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한다.

마지막 5기는 사구체여과율이 15% 미만인 상태다. 말기 신부전으로 진단 받는 5기는 혈액투석, 복막투석과 같은 신대체요법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한 시기이다. 투석은 신장 대행 장치를 이용해 혈액을 몸 밖으로 꺼내 노폐물을 없애고 필요한 전해질 등을 보급해 몸 안으로 되돌려 보내는 치료법으로, 말기 신부전 환자가 신장 이식을 받지 않는 한 평생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박 교수는 ”콩팥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원인 질환인 당뇨병과 고혈압을 예방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적절한 혈당과 혈압을 유지하고,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진단 받았다면 약을 규칙적으로 먹어야 한다“며 ”흡연과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정기적으로 콩팥 기능과 소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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