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 대학 첨단학과 정원 확대 '갈수록 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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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에 이어 디지털 전 분야로 확대
지역 대학 고사 지역 소멸로 이어질 것

오석환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이 2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석환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이 2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반도체학과에 이어 디지털 전반으로 수도권 대학 첨단학과 정원 확대에 발 벗고 나섰다. 지난달 발표된 정부의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에 대해 사실상 수도권 대학 중심으로 정원을 늘리는 정책이라며 반발해 온 지역 대학들의 목소리가 무색하게 됐다. 수도권 대학 규제완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에게 지역 대학의 소멸이 곧 지역 소멸이라는 절규는 아랑곳없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새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균형발전의 초심은 온데간데없다는 비판과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정부가 22일 발표한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 방안’은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100만 명의 디지털 인재를 육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AI(인공지능), SW(소프트웨어), 빅데이터, 양자, 사이버보안 분야까지 디지털 전반에 걸쳐 첨단학과 신증설 시 교원 확보율만 충족하면 학부 정원의 증가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4단계 ‘두뇌한국 21’ 사업을 통해 연구 인력을 육성하고 디지털 대학원도 늘린다. 21개 분야 ‘디지털 혁신 공유 대학’ 사업을 확대하고 2027년까지 SW 중심 대학도 100곳을 지정해 첨단 분야 전공 인력을 늘린다. 문제는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와 마찬가지로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정부의 반도체 인력 양성에 지역 대학이 일제히 반발한 것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현실 때문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구분 없이 대학 증원을 실시하면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으로 학생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비수도권 대학에서 교원들이 빠져나가 비수도권 첨단학과 고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계약정원제는 학생들이 첨단산업이 몰린 수도권을 선호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첨단산업 전반으로 수도권 쏠림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전국 7개권역 대학총장협의회연합이 오는 31일 국회에서 진행할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수도권 대학 규제 완화에 대한 성토가 이어질 전망이다.

새 정부가 내세운 균형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가 지역 대학이다. 지역 소멸을 막을 수 있는 지역 혁신도 결국 지역 대학이 중심에 서야 한다. 지역의 젊은 인재들이 혁신의 동력을 만들고 이를 통해 지역산업을 혁신하고 다시 지역으로 젊은 인재들이 몰려드는 선순환만이 지역의 활력을 되찾게 할 수 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 대학 중심의 첨단 인력 양성 정책은 결국 지역 대학과 지역 소멸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 과정에서 터져 나왔던 지역의 목소리가 묵살되고 있는 현실이다. 새 정부 균형발전 의지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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