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산을 찾은 사람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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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아 문화부 부장

제로에서 시작해 10회 맞은 부코페
영도 문화적 일자리 탐색 캠프까지
더 많은 사람 이끄는 키워드 ‘문화’
찾고 싶고 살고 싶은 도시의 시작점

여름은 축제의 계절이다. 7월과 8월 부산에서 다양한 축제가 열렸다.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 부산푸드필름페스타, 부산항축제, 영남춤축제, 부산바다축제, 부산여행영화제, 하나뿐인 지구영상제…. 19일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 개막했고, 25일부터는 부산국제광고제가 열린다. 9월 초에는 국제적 현대미술 전시회인 부산비엔날레도 열린다. 축제를 따라 부산을 찾는 사람도 늘어난다.

제10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개막식은 3년 만의 대면 행사 복귀로 분위기가 더 뜨거웠다. 오랜만에 시민과 함께하는 블루카펫에 선 코미디언들의 얼굴은 밝았다. 무대에서는 올해로 10회를 맞이한 페스티벌에 대한 소회를 풀어냈다. 부산에서 코미디 축제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에 ‘그게 되겠어?’ 했는데 결국 실현됐다는 이야기, 해운대 해변 뙤약볕 아래 작은 무대에서 첫 공연을 펼친 이야기. 그렇게 시작한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은 2013년 관객 수 2만 1198명에서 2019년 8만 1396명으로 성장했다. 코로나 장벽은 온라인 채널로 코미디 공연의 매력을 알리는 방식으로 어렵게 이겨냈다. 2020년 55만 명, 2021년 690만 명이 공연을 즐겼다.


올해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은 웃는 만큼 돈을 내는 개그페이, 메타버스 공연 등 IT 기술과의 접목을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8개국 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 연합체인 국제코미디페스티벌협회 출범식도 부산에서 열렸다. 출범식 뒤 조직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용 공연장 이야기가 나왔다. 축제를 집중해서 치르고, 좋은 공연을 초청해서 상시적으로 선보일 공간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가변형 공연장을 만들어 연극제, 무용제, 매직페스티벌 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부산에 더 많은 사람을 불러들일 수 있을 거라는 현장의 목소리였다.

축제나 휴가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부산을 찾은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7월 25일부터 오늘까지 30일간 부산, 정확히는 영도에 머물렀다. 영도에서 한 달간 문화적 일을 하는 ‘내-일의 항해캠프’ 항해자들이다. 총 29명의 항해자 중 26명이 강원, 대구, 서울 등 타 지역 사람이다. 갭이어를 가지는 사람, 기획자로 새 기회를 찾는 사람, 직업을 고민하는 대학생, 새로운 영감을 찾는 예술가,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사람이 영도를 찾았다.

영도문화도시센터는 항해캠프가 다른 지자체가 추진하는 ‘한 달 살기’나 ‘워케이션’과 좀 다르다고 했다. 장소만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항해자들은 영도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영도라는 지역이 자신과 잘 맞는지를 탐색하고 ‘일 케미’를 맞춰보는 시간을 가졌다. 센터 관계자는 이를 통해 항해자들이 ‘부산에서 일하는 것이 나의 경력과 성장에 도움이 되겠다’에 대해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물론 한 달 일하기가 바로 ‘정주 인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대신 이방인에서 ‘관계자’로 영도를 대하는 항해자들의 태도가 달라진 것이 보였다. 항해캠프를 마친 뒤에도 영도에 좀 더 머물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영도 타이포그라피 썸머스쿨에 참여하며 영도에 대해 더 알아가며 디자인 역량을 키우고 싶다.’ ‘영도에서 만난 사람들과 정이 들어 당장 떠나기에 아쉽다. 영도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싶다.’ ‘3주 정도 영도에 더 있으면서 후속 작품을 준비해 볼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쯤 되면 항해자 모임에서 들었던 ‘함께 빈집을 얻어서 돌아가면서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실현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역의 매력을 높이는 데 있어 지역민의 환대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한 항해자는 캠프 초기 “화채 먹고 가라”는 주민의 한 마디에 긴장이 싹 풀렸다고 했다. 항해자 숙소를 제공한 한 주민은 해당 공간을 기획자 그룹 공유오피스 겸 숙소로 사용해도 좋겠다고 제안하며 항해자의 응원군을 자처했다. 여기에 항해자를 위한 적극적 매개자 역할을 하는 센터까지. 항해캠프는 ‘영도를 찾은 사람들이 다시 영도를 찾아오게 만들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부산을 찾는 사람은 다양하다. 관광·비즈니스의 목적으로 부산을 찾는 방문자, 부산에 애정을 가진 관계자, 아예 부산에 터전을 잡은 정착자. 올 여름 부산을 찾은 사람들을 만나며 ‘문화’가 더 많은 사람을 부산으로 이끄는 중요 키워드임을 다시 확인했다. 새로운 문화 만들고 시도할 수 있는 도시,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생산과 배포를 지원하는 도시, 문화적 일자리를 개발하고 연결하는 도시. 찾고 싶은 부산, 살고 싶은 부산의 한 시작점이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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