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사저 경호 강화 풍선효과… ‘소음 피해’ 마을 전체로 커지나(종합)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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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저 입구 막자 아래쪽 마을로
보수단체 집회·시위장소 이동
주변 거주 40가구 피해 커질 듯
24일부터 집회, 추가대책 필요
문 전 대통령 입주 후 첫 마을 산책

문 전 대통령이 22일 사저 인근에 있는 신한균 사기장 집을 찾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독자 제공 문 전 대통령이 22일 사저 인근에 있는 신한균 사기장 집을 찾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독자 제공

대통령실이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경호구역을 최장 300m로 넓히자, 문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보수 단체 등의 집회·시위 장소가 경호구역 밖인 청수골 가든 주변 도로로 옮겨 간다. 주민들의 소음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양산경찰서는 “보수단체 2곳과 진보단체(맞불 집회) 1곳 등 3곳이 내달 21일까지 청수골 가든 주변 도로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 단체는 24일부터 경호구역 밖 경계 지점인 청수골 가든 주변 도로에서 집회·시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난 21일까지 문 전 대통령 사저 입구 도로에서 집회·시위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22일 0시부터 경호구역이 최장 300m로 확장됐고, 대통령 경호처가 ‘대통령 경호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경호구역 내로 화약 등 인화성 물질은 물론 총포·도검류, 폭발물, 기타 위해 도구 등의 반입을 금지했다. 확성기 부착 차량 역시 차단됐으며, 욕설과 폭언도 금지 행위가 됐다.


보수와 진보 단체들이 24일부터 집회·시위 장소로 신청한 평산마을 청수골 가든 주변 도로. 사저 경호구역 확장과 함께 대통령 경호처가 이곳에 펜스를 설치하고 마을 진입 차량에 대한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있다. 김태권 기자 보수와 진보 단체들이 24일부터 집회·시위 장소로 신청한 평산마을 청수골 가든 주변 도로. 사저 경호구역 확장과 함께 대통령 경호처가 이곳에 펜스를 설치하고 마을 진입 차량에 대한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있다. 김태권 기자

문 전 대통령 사저 입구 도로에서 집회·시위가 허용되더라도 확성기를 통한 방송이나 욕설, 폭언을 할 수 없어 사실상 집회·시위 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보수 단체들의 집회·시위가 청수골 가든 주변 도로로 옮겨지면서 소음 피해가 마을 전체로 확대돼 주민 불편이 가중될 전망이다. 청수골 가든 주변 도로는 문 전 대통령 사저 입구 도로보다 낮은 곳에 있는 데다, 주변에 최대 40여 가구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평산마을의 한 주민은 “청수골 가든 주변 도로가 마을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해 이곳에서 확성기로 욕설하고, 고함을 칠 경우 이전보다 더 많은 주민이 소음 피해를 겪게 될 것”이라며 추가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 22일 문 전 대통령 사저 입구 도로에서의 집회·시위 과정에서 사용됐던 시위용품이 인근에 방치돼 있다. 김태권 기자 지난 22일 문 전 대통령 사저 입구 도로에서의 집회·시위 과정에서 사용됐던 시위용품이 인근에 방치돼 있다. 김태권 기자

23일 오전 문 전 대통령 사저 입구 도로에서의 집회시위에 사용됐던 시위용품이 말끔히 치워졌다. 김태권 기자 23일 오전 문 전 대통령 사저 입구 도로에서의 집회시위에 사용됐던 시위용품이 말끔히 치워졌다. 김태권 기자

한편 경호구역 확장 이틀째인 이날 오전에도 문 전 대통령 사저 주변에서는 1인 유튜버 등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방송을 진행했다. 그래도 욕설·폭언이 금지되면서 평산마을은 이틀째 조용한 일상을 맞았다. 집회·시위가 열렸던 문 전 대통령 사저 입구 도로 주변에는 그동안 집회·시위에 이용됐던 각종 시위용품이 말끔히 치워졌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경호구역 확장 첫날인 22일 오후, 지난 5월 10일 사저 입주 후 처음으로 한낮에 1시간 정도 평산마을을 둘러봤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40분께 비서진, 경호원과 함께 나와 마을을 산책하면서 주민과 악수를 하거나 웃으며 인사를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사저에서 100여m 떨어진 신한균 사기장 집을 찾아 신 사기장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신한균 사기장은 “문 전 대통령이 평산마을 사저에 입주한 이후 처음으로 (저의) 집을 찾았다”며 “문 전 대통령과 ‘마을이 조용해졌다’는 이야기도 하고, 도자기 작품, 평산마을의 미래 등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사저로 돌아갈 때도 연밭을 들러 관광객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사진 촬영 요청에 응했다. 김정숙 여사도 이날 오전 외부로 나와 마을 주민들이 집회 자제를 호소하며 사저 바로 앞에 내건 현수막 근처에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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