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기영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으로 변신해 시청자를 만났다. 나무엑터스 제공

“제게 ‘유니콘 상사’라는 별명이 붙었더라고요. 안타까웠지만 현실에도 있을 거란 믿음을 갖고 연기했어요.”

배우 강기영(39)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만남을 이렇게 돌아봤다. 이 작품에서 그는 대형 로펌 ‘한바다’의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을 연기했는데 그 모습이 흥미롭다. 처음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의 입사를 반대하지만,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누구보다 그의 능력을 인정하고 지지해준다.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기영은 “시청자들이 우영우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걸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강기영이 그린 ‘정명석’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속에서도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우영우를 동등한 동료로 존중하면서 그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인물이어서다. 덕분에 강기영은 이번 작품을 하며 두 가지 별명을 얻었다. 하나는 ‘서브 아빠’고, 다른 건 ‘유니콘 상사’다. 전자는 우영우를 회사에서 아빠처럼 챙겨준다는 의미고, 후자는 현실에선 유니콘처럼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상사라는 뜻을 가졌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 컷. 사진은 강기영이 맡은 변호사 정명석. 에이스토리 제공

배우 강기영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연기한 정명석은 우영우를 자폐인이 아닌 어엿한 변호사로서 인정하고 지지하는 캐릭터다. 나무엑터스 제공

강기영은 “유니콘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안타깝기도 했다”며 “정명석이란 캐릭터를 맡았을 때 분명 그런 좋은 선배가 세상에 많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중엔 너무 판타지 같은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면서도 “하지만 너무 허구의 인물을 연기하는 느낌이라면 힘이 생기지 않는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이런 참된 멘토가 숨어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강기영은 정명석과 얼마나 닮았을까. 강기영은 “일을 잘하고 싶지만, 명석이 같은 워커홀릭은 아니”라며 “배우 강기영도 중요하지만, 일상의 강기영도 무척 중요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다만 비슷한 점은 저도 명석이처럼 선후배들과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웃었다.

배우 강기영은 매 작품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며 시청자를 만나왔다. 나무엑터스 제공

데뷔 14년 차인 강기영은 그동안 주로 톡톡 튀는 감초 역할로 시청자를 만나왔다.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의 미워할 수 없는 셰프, ‘김비서가 왜 그럴까’ 속 허당 사장은 강기영을 대표하는 캐릭터들이다. 이번 작품은 그런 그가 ‘다른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게 해준 기회가 됐다. “(새로운 배역에 대한) 갈증이 나던 시기에 정명석을 만났어요. 저는 14년차 변호사 정명석보다, 신입 우영우에 더 가까운 느낌이에요. 이제야 긴장을 좀 덜 하고, 앞 사람 눈을 보며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앞으로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