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최고위도 ‘친명일색’… 박용진 “개딸 정당 될까 무섭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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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헌 개정·당원 투표 등 급속 추진
비명계 ‘이재명 힘빼기’ 안간힘
위기감 한층 고조 ‘저지선’ 공감
친명계는 ‘이 힘 싣기’에 더 강경
이, 최고 득표율로 리더십 강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 배우자 김혜경 씨가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 배우자 김혜경 씨가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친이재명(친명)계가 독식할 것이 확실시되자 비이재명(비명)계에서 ‘이재명 힘 빼기’로 막판 전략을 수정하는 모습이다. 친명계가 당 의사결정을 독점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소한의 ‘저지선’ 확보가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보인다.

 특히 ‘당헌 80조 개정’ 논란에 이어 ‘권리당원 전원 투표’ 등 사실상 ‘이재명 차기 지도부’에 힘을 싣는 당헌 개정이 급속도로 추진되면서 비명계의 위기감도 한층 고조된다.

 박용진 당 대표 후보는 23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중앙위원회 의결을 앞둔 권리당원 전원 투표제 도입과 관련 “산술적으로는 16.7%의 강경한 목소리만 있으면 어떤 의결이든 다 가능하게 된다”며 “민주당이 ‘개딸’(이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층) 정당이 될까 봐 무섭다”고 이 후보 측에 대한 견제를 이어갔다.

 ‘소신파’인 조응천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권리당원 전원 투표를 최고 의사결정으로 하는 당헌 개정 움직임에 대해 “숙의를 건너뛰고 바로 ‘전당원 투표제에 대한 찬반’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면서 반대했다.


'586·친문·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 국민의 민주당으로' 토론회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윤영찬 의원실 주최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박용진 당 대표 후보, 이원욱, 윤영찬, 김종민 의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586·친문·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 국민의 민주당으로' 토론회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윤영찬 의원실 주최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박용진 당 대표 후보, 이원욱, 윤영찬, 김종민 의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당의 최고의사결정방식을 변경하는 중대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소속 국회의원인 저조차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되을 정도”라며 “주권자인 국민의 뜻에 따라 국가의 중요 정책사항을 결정하고 당의 주인인 당원의 뜻에 따라 당을 운영한다는 주장이 꽤 민주적인 듯 하나 직접민주주의는 숙의를 거치기 어렵다는 결정적 결함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히틀러와 나치는 독일의 국제연맹 탈퇴안을 국민투표로 통과시켰고, 국민투표에서 승리해 총통에 취임, 그길로 전체주의 체제로 치달은 경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박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직에서 사퇴한 친문(친문재인) 윤영찬 의원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586, 친문, 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 국민의 민주당으로’으로 주제로 긴급 토론회도 열었다. 사실상 이 후보를 겨냥한 이 행사에는 이원욱 김종민 의원 등 비명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친명계의 독주 양상으로 흘러가는 전대 기류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그러나 친명계는 친문 김진표 국회의장이 정부·여·야 간 소통 채널로 적극 추진 중인 ‘여야 중진협의체’ 구상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면서 ‘이재명 힘 싣기’에 한층 더 강경한 모습이다.

 무소속이지만 친명계인 민형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중진협의체가 가동된다면 민주당 지도부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곧 새로 들어서는 ‘이재명 지도부’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김 의장을 향해 “논의를 당장 중단하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양이원영 의원도 “한국 정치의 후진성은 팬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밀실정치에서 나온다”며 중진협의체 구상을 깎아내렸다.

 이에 따라 비명계는 친명계의 최고위 독식 저지에 사활을 건다. 앞서 친문 윤영찬 의원이 전날 후보직에서 물러나면서 송갑석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 사실상 단일화한 것은 비이재명계 후보 1명이라도 최고위에 진출시키려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현재 최고위원 당선권(1~5위) 후보에는 문재인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의원이 포함돼 있지만 당내에선 고 의원을 비명계로 분류하지 않는 시각이 많다.

 반면 이 후보는 최근 호남 경선에서 대세론에 쐐기를 박은 만큼 여세를 몰아 역대 최고 득표율을 찍고 강력한 리더십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 측은 이 후보의 최종 득표율이 민주당 전대 최고 득표율인 70%대는 가볍게 넘길 것으로 본다. 이 후보는 현재 권리당원 누적 득표율은 물론 1차 여론조사까지도 80%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고 있다. 이제 수도권 경선(27일, 경기·서울)과 대의원 투표와 2차 여론조사(28일)만 남았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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