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준석 가처분’ 결정 앞두고 막장 치닫는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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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권력 다툼으로 목불인견 내홍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17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17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해 달라며 지난 19일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신군부” “절대자”로 칭했다. 윤 대통령이 당을 파멸로 몰아가는 위험한 존재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자신에 대한 당 윤리위 징계와 경찰 수사를 무마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는 폭로도 곁들였다. 이 사실이 23일 외부에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전날에도 승리를 위해 비열한 짓까지 마다하지 않은 로마 황제를 윤 대통령에 빗댔다. 이쯤이면 여당의 직전 대표와 현직 대통령의 갈등이 극에 다다른 셈이다. 어쩌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건지도 모른다.


이 전 대표의 독설은 윤 대통령만을 겨냥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나쁜 사람들 때려잡아야 한다”고 했고, 일부 윤리위원과 ‘윤핵관’을 향해서는 “대포차·대포폰 정치”라고 비난했다. 이에 윤리위를 비롯한 당 일각에선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로 대응할 태세다. 바야흐로 양측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한 지경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홍을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지난 16일 출범한 비대위는 현재의 비상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인물이 합류하는 등 인적 구성에서부터 한계를 가지며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집권여당이 이처럼 지리멸렬인데, 국정의 다른 한 축인 대통령실도 중심을 잃은 채 민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집권 초기임에도 지지율 추락으로 국정 동력이 급속히 사라지는 형편에서 윤 대통령의 인식 전환과 대통령실 쇄신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지만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단행된 대통령실 인적 개편의 경우 냉랭해진 민심을 달래기 위한 고육책임에도 국민 눈높이에 미흡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잇따른 정책 혼선에 대한 처절한 자기반성은 없이 홍보 기능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잘하고 있는데 국민이 몰라 준다’는 인식으로는 떠난 민심을 되돌리지 못할 것이다.

이 전 대표의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한 법원 결정을 앞두고 이 전 대표, 윤 대통령, 당 지도부 사이 얽히고설킨 갈등과 다툼은 그 자체로 막장이며 그래서 목불인견이다. 특히 내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부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현실은 국민의힘이 정당으로서 존재 의미를 상실한 건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들게 만든다. 따지고 보면, 여권에서 벌어지는 이 모든 상황은 한낱 내부 권력 쟁탈전일 뿐이다. 자기들끼리 지지든 볶든 상관할 바는 아니나,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게 문제다. 이는 곧 국정에 대한 믿음으로 자신들에게 나라의 권력을 위임한 국민에 대한 배신에 다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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