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최측근 딸 피폭 사망, 러-우크라 확전 도화선 되나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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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긴 딸, 타고 가던 차 폭발로 즉사
러 “우크라 잔혹 범행”… 보복 예상
미 관계자 “정부 시설 타격 첩보”
우크라, 독립기념일 행사 금지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민이 21일 거리에 전시된 러시아군 장비 위에 올라가 있다. UPI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민이 21일 거리에 전시된 러시아군 장비 위에 올라가 있다. UPI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고 미국 정부가 밝혔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게릴라 전술에 큰 피해를 입은 데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의 딸까지 폭발 사고를 당했던 터라 러시아의 대대적 공세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정부 관계자는 “첩보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민간 인프라와 정부 시설을 며칠 내로 공격하기 위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특히 민간인과 민간 시설이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격 위협에 놓여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전쟁 발발 6개월째이자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인 24일 전후로 전세를 뒤집기 위한 공세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세바스토폴, 크림반도, 헤르손 등에 있는 러시아군은 잇따라 무인기 공습과 폭발 사고로 큰 피해를 입었다. 우크라이나의 공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이 같은 게릴라전술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줄곧 방어에 치중하던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지원을 힘입어 점령지 수복에 적극 나서며 전쟁의 기류가 서서히 바뀌는 것 야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더불어 푸틴 대통령의 브레인이자 우크라이나 침공의 기획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사망사고가 확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두긴의 딸인 다리야 두기나는 지난 20일 모스크바에서 자신이 탄 SUV차량 하부의 폭탄이 터지면서 즉사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소행으로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두기나 가족에 애도를 표하는 동시에 “비열하고 잔혹한 범죄”라며 비난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22일 해당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용의자로 우크라이나 비밀요원 나탈랴 보우크(43)를 지목했다. FSB는 용의자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성향 군사조직 ‘아조우 연대’ 출신이라며 얼굴이 찍힌 동영상까지 공개했다.

그러나 서방은 너무 빠른 수사 결과 발표에 의심스러운 시선도 보낸다. 가디언은 “FSB가 동영상 증거까지 갖고 나타나는 ‘속도’를 보면,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해당 사건과의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하며 응당한 보복 조치를 위해 러시아가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는 24일 러시아의 대대적 공격을 우려해 제31주년 독립기념일 공개 행사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키이우 군정 당국은 이날부터 25일까지 독립기념일 관련 공개 행사, 집회, 기타 모임을 금지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에서는 야간 통행금지도 25일까지 연장 운영하기로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0일 대국민 연설에서 “독립기념일 주에 러시아가 뭔가 나쁜 짓을 저지를 수 있다”면서 “테러국가가 금주 어떤 일을 꾸미고 있는지 모든 협력국에 알렸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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