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장천·삼락천·온천천… 낙동강 녹조, 부산 도심 하천까지 집어삼켰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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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장·삼락천 낙동강 본류와 연결
온천천도 수량 유지 위해 강물 유입
당장 해결 못 해 사태 장기화 우려
환경단체 “하천 유지 용수 다변화”

23일 오전 부산 사상구 엄궁동 학장천 일대가 녹조로 뒤덮여 있다. 23일 오전 부산 사상구 엄궁동 학장천 일대가 녹조로 뒤덮여 있다.

최근 낙동강에서 확산되는 녹조 사태가 학장천, 삼락천, 온천천 등 부산지역 도심 하천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낙동강을 유지용수로 활용하는 도심 하천 특성상 낙동강 본류의 녹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마땅한 해결 방안도 없어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23일 오전 10시께 부산 사상구 엄궁동. 사상구의 대표적인 도심 하천인 학장천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에선 녹조 탓에 초록빛으로 변한 물길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학장천을 타고 흐르는 물은 녹조와 찌꺼기 등이 겹쳐 매우 느리게 흘렀고 일부 구간에서는 기포가 올라와 화학실험 현장을 연상케 했다. 주민 박 모(62) 씨는 “과거에도 녹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는 계속 이 상태라 보기 흉하다”면서 “깨끗한 물을 구해서 계속 흐르게 하든지 하는 조치가 당장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학장천은 부산진구 개금동에서 시작돼 사상구 주례동, 학장동, 엄궁동을 거쳐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전체 길이 약 5.35km의 지방 하천이다.


사상구청은 최근 학장천에서 관찰되는 녹조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사상구청이 학장천의 유지용수로 낙동강 물을 끌어다 쓰는데 낙동강 원수에서 섞인 녹조가 유입되기 때문이다. 사상구청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현장에 나가 찌꺼기를 처리하는 등 수질 개선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유지용수로 낙동강 물을 쓰고 있어 녹조를 막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낙동강 물에만 의존하지 않고 구덕천 등 소하천의 물을 끌어오는 방향으로 수질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 하천에서 발견되는 녹조는 학장천만의 문제는 아니다. 북구 구포동에서 시작해 사상구 감전동으로 흐르는 4.6km 길이 삼락천도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 지난 12일에는 금정구, 동래구, 연제구를 잇는 온천천에도 녹조 의심 사례가 발생해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이 시료 채취를 진행한 바 있다. 보건환경연구원 조사 결과 당시 온천천에서 mL당 2000~4000개 상당의 남조류 세포가 발견됐다. 온천천 역시 수량 유지를 위해 낙동강 물을 사용해 언제든 녹조가 나타날 수 있다. 온천천의 경우 낙동강 물을 금정구 노포동까지 끌어올린 뒤 노포동 펌프장에서 온천천 상류인 금정구 청룡동 청룡2호교 인근에서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수량을 조절한다.

생명그물 이준경 대표는 “낙동강에서 유지용수를 끌어오는 만큼 근본적인 녹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같은 현상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서 “낙동강 녹조 문제를 해결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도심 하천의 유지용수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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