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봉하마을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서 만난 ‘바보 노무현’

정태백 기자 jeong1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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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 개관 앞두고 미리 가 보니

생활기록부부터 육성 연설까지
10개 전시실에 삶과 철학 담아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 전경과 ‘바보 노무현, 그리고 노사모’를 담은 제5전시실, 노 전 대통령 탄생과 시대 상황을 알리는 제1전시실 내부(위에서부터). 김해시 제공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 전경과 ‘바보 노무현, 그리고 노사모’를 담은 제5전시실, 노 전 대통령 탄생과 시대 상황을 알리는 제1전시실 내부(위에서부터). 김해시 제공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는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이하 전시관)’이 다음 달 1일 정식으로 문을 연다. 경남 김해시가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오랜 기간 준비한 끝에 선보이는 이른바 ‘노무현 기념관’이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깨어있는 시민’이라는 명칭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전 마지막 브리핑에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언급한 데서 따왔다.


정식 개관에 앞서 23일 노무현재단과 김해시의 협조로 둘러본 전시관은 막바지 시설 점검이 한창이었다. 최근 임시 개방 행사에서 발견된 미비점을 보완하는 등 무척 분주한 모습이다.

전시관은 봉하마을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2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노무현 대통령 생가와 마주하고 있다. 경사지에 위치한 이 시설은 노 전 대통령 생가와 마을에서 보면 일반 건축물이 아닌 주변과 잘 어우러진 조각공원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이런 자연스러운 어울림은 노 전 대통령 묘역을 만든 승효상 건축가가 전시관을 설계해 가능했다. 그는 김해시에 설계 비용 등을 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승효상 건축가는 양산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도 설계를 맡았다.

전시관 1층은 10개 전시실로 구성됐다. 노 전 대통령의 가치와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그야말로 노무현의 공간으로 꾸몄다. 노 전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을 접하고, 사람사는세상,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생각하고 공유하는 장소인 셈이다. 2층은 기획 전시공간과 세미나실, 가족 쉼터 등 편의시설로 구성돼 있다.

전시관 1층 입구에 들어서면 만나는 안내데스크 복도 왼쪽으로 출발하면, 노무현 서사의 시작을 알리는 ‘탄생’편인 제1전시실이 자리한다. 벽면에는 1946년 9월 1일, 노 전 대통령이 태어났던 시대의 국내외 주요 역사가 기록돼 있다. 전시관 개관일도 노 전 대통령의 생일에 맞췄다. 오른쪽 벽에는 노 전 대통령 개인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미·소 공동위원회 결렬과 신탁통치를 둘러싼 내부 분열, 국민학교 의무교육 실시 등 국내외 주요 사건 일지와 노 전 대통령이 ‘1953년 김해 진영 대창초등학교에 입학, 조리있게 발표를 잘했다’는 생활기록부 내용 등이 눈길을 끈다.

그의 성장 과정과 인권변호사 시절을 그린 2, 3전시실을 지나면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육성의 방’ 4전시실이 기다린다. 노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연설 12가지를 골라 육성으로 들려준다.

이어 대통령 노무현을 만들어 낸 주인공인 ‘노사모’를 만날 수 있는 ‘바보 노무현 그리고 노사모’ 방, 이어 노 대통령 당선을 우람한 민주주의의 나무로 표현한 ‘우람한 나무’ 공간을 거쳐 고향으로 돌아온 시민 노무현이 펼쳤던 활동을 정리한 ‘대통령의 귀향’ 공간이 차례로 나온다.

마지막 10번째 전시실은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그가 생전에 강조한 ‘깨어 있는 시민’ ‘진정한 민주주의’를 생각하게 하는 공간으로 채운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시설이 아니라, 볼거리와 의미를 제대로 갖췄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예산 178억 원을 들여 연면적 3780㎡ 규모로 여는 전시관은 노무현재단 봉하기념사업단이 위탁 운영한다. 정식 개관하면 김해시 조례에 따라 일반 2000원, 어린이 1000원의 유료로 운영된다. 김해시민은 50% 할인 요금이 적용된다.

한편 김해시는 연간 50만 명 이상이 다녀가는 봉하마을의 전시관 개관을 계기로 화포천습지생태공원과 낙동강레일파크, 가야사 등과 연계한 관광 벨트화를 기대한다.

배선영 김해시 문화관광사업소장은 “전시관은 노 전 대통령 고향 방문객과 김해시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관광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백 기자 jeong1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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