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 도심서 마약 투약 후 또 사망사고… 경찰, 수사 나서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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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술자리 가지고 귀가한 여성
자택서 외상 없이 숨진 채 발견
함께 있던 남성도 성분 검출
앞서 2월 부산서 유사 사건 발생
30대 이하 마약류 사범 증가세
경찰 “비대면 유통 늘어 상시 단속”

부산 도심에서 남녀가 마약을 투약한 뒤 여성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올 2월에도 부산에서 유사한 사망 사건이 있었다. 울산에서는 캠핑족들이 마약을 투약하고 난동을 부리다 검거됐다. 젊은 층을 위주로 일상 공간에서 발생하는 마약 범죄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이 인다.


24일 부산진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부산진구 한 주택에서 여성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A 씨는 전날 남성 B 씨와 함께 술을 마신 뒤 함께 A 씨 자택으로 왔다. 다음 날 오전 지인이 방문했다가 A 씨가 숨을 쉬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부검 결과 A 씨에게서는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 단, 검출된 마약 성분은 사망에 이를 정도의 치사량은 아니며, 특별한 외상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 씨의 몸에서도 마약 성분이 검출돼, B 씨는 현재 마약을 투여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의 사망과 마약 사이 직접적인 연관관계는 확인하지 못했다. A 씨의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정밀검사를 의뢰한 상황"이라며 "수사 중인 사안으로 정확한 내용은 말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남녀가 마약을 투약한 후 여성이 사망한 사건은 처음이 아니다. 올 2월 부산진구 한 호텔에서도 30대 여성 C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C 씨는 숨지기 전날 30대 남성과 함께 투숙했다가 다음 날 종업원이 숨진 C 씨를 발견했다. C 씨의 몸에서는 다량의 마약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에서도 마약을 투약한 30대 캠핑족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24일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5시께 30대 3명이 울산의 한 캠핑장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이상 행동을 보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캠핑장 CCTV에는 이들 중 1명이 맨발에 웃통을 벗은 채 비틀거리며 화단을 드나들고 길바닥에 주저앉거나 드러눕는 등 인사불성 상태로 난동을 부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다른 2명은 뒷문이 열린 줄도 모른 채 SUV를 타고 이동하다가 결국 인근 도랑에 차를 빠뜨리기도 했다. 현장에서 검거된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마약 종류로 분류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인 LSD를 투약했다고 진술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최근 4년간 일어난 마약 관련 범죄는 총 3500건에 달한다. 투약과 공급을 통틀어 연도별로 2019년에는 872건, 2020년에는 1276건, 2021년에는 822건, 올해 7월까지 530건의 마약 범죄가 발생했다.

특히 젊은 층의 마약 범죄는 빠르게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30대 이하 마약류 사범은 2019년 5085명으로, 전체 마약류 사범의 48.9%를 차지했고, 이 비율은 2020년 51.2%(6255명), 2021년 58.9%(6253명)로 점차 증가했다.

마약범죄의 성행 원인 중 하나로 비대면·익명 거래가 지목된다. 과거 마약 거래는 대부분 대면으로 전문 유통책과 구매자, 투약자끼리 은밀하게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거래되는 마약류도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히로뽕 등이 주를 이뤄 젊은 층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최근의 마약 거래 방식은 진입장벽이 훨씬 낮아졌다. 다크웹, 텔레그램 등 SNS에서는 마약 판매 글이 공공연하게 올라와 온라인 익명거래가 가능하다. 주 거래 마약류도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저렴한 펜타민, 엑스터시 등이다. 누구나 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부산경찰청 마약수사계 관계자는 “최근 검거 위험이 높은 대면 마약 거래보다 비대면·익명 마약 거래가 늘면서 마약 투약과 공급이 활성화되는 추세다”라며 “경찰도 위장거래, 첩보수사 등 수사방식을 다양화해 상시 단속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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