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주지 교체, 범어사에 무슨 일이…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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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남긴 경선 주지 스님 돌연 사퇴해
보운 스님 새 주지 임명… 29일 진산식
동산화합승가회 “문제 있다” 반발 움직임
“불교 이미지 위해 사태 원만한 해결을”

범어사 전경. 부산역사문화대전 캡처 범어사 전경. 부산역사문화대전 캡처

금정총림 범어사의 주지가 갑작스럽게 교체되며 내부 갈등과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2016년 3월부터 범어사 주지를 맡아온 경선 스님이 지난 8일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기가 1년 반 정도 남은 경선 스님의 사퇴 이유는 공식적으로는 ‘건강상의 이유’이다. 경선 스님은 범어사 선문화교육관 불사 중 고막을 크게 다쳐 청력이 악화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선 스님이 사의를 표명한 당일, 범어사 방장 지유 스님은 금정총림 임회를 거쳐 범어사 총무국장 보운 스님을 주지 후보로 추천했다. 이틀 뒤인 지난 10일 조계종 총무원은 보운 스님에게 범어사 주지 임명장을 수여했다. 주지 임명과 관련 총림의 방장 스님이 추천하고 총무원장이 임명하는 종헌 종법상의 공식 절차를 거친 것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먼저 경선 스님에 대한 문제 제기와 사퇴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동산 스님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동산화합승가회’가 경선 주지 스님을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에 직권 남용 등을 이유로 고발하고 범어사에 대한 특별회계감사를 요구했다. 지난 6일 ‘동산1세 제자모임’은 ‘종무행정의 독단적 운영’과 ‘임회 구성의 문중 안배 외면’ 등을 이유로 경선 스님의 주지직 사퇴를 촉구했다. 동산(1890~1965) 스님은 조계종 종정을 지낸 한국현대불교의 큰 어른이다.

또 보운 스님이 새로운 주지로 임명된 것에 대한 반발 움직임도 있다. ‘동산화합승가회’는 14일 창원 성주사에서 ‘금정총림 정상화를 위한 범어문도대회 확대회의’를 개최하고 “보운 주지 스님의 차기 주지 지명은 파행”이라며 반발했다. 동산화합승가회가 보운 스님의 주지 임명을 문제 삼는 것은, 전통적으로 주지를 맡아온 동산 스님의 직계 제자가 아니라 다른 문중에서 데려온 ‘건당(建幢) 제자’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승가회는 오는 30일 오후 2시 범어사에서 ‘금정총림 정상화를 위한 범어문도 총회’를 열 계획이다.

범어사 측은 이에 대해 “보운 주지 스님의 임명은 종헌 종법상의 합법적인 절차를 모두 거친 것”이라고 밝혔다. 범어사는 29일 오후 2시 범어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보운 스님의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진산식(취임식)을 봉행한다. 진산식에는 조계종 종앙종회 의장 정문 스님을 비롯한 원로 스님들과, 많은 재가 불자들이 동참할 예정이다. 범어사는 진산식 비용을 절감해 ‘자비의 쌀’ 기금 5000만 원을 부산시에 전달하기로 했다.

금정총림 범어사 신임 주지 보운 스님. 범어사 제공 금정총림 범어사 신임 주지 보운 스님. 범어사 제공

신임 주지 보운 스님은 해경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89년 수계했다. 조계종 총무원 감사·호법국장, 부산 금용암 주지, 17대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을 역임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불교계 안팎에서는 ‘총림의 법통을 상징하는 방장 스님의 위상까지 흔들려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불교계 관계자는 “한국불교와 부산불교의 이미지를 걱정하는 많은 이들은 이번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대화와 소통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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