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이야기] 가을 가지, 가장 맛있고 영양 풍부… 콜레스테롤도 낮춰 줘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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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가 한창 출하되는 계절이다. 재래시장이나 대형매장에 가면 무더기로 쌓인 가지를 손쉽게 볼 수 있다. 가지를 살 때마다 어릴 때 생가지를 무척 좋아했던 게 생각난다. 밖에서 놀다 목이 마르면 아무 밭에나 들어가 가지를 하나 따서 질긴 껍질은 벗겨내고 야들야들한 속만 파먹었다. 그렇게 하면 갈증도 해소하고 배고픔도 달랠 수 있었다.

가지 원산지가 어딘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인도에서 야생으로 자란 게 시초라는 주장도 있고 아프리카나 남아시아라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선사시대부터 남아시아나 동아시아에서 인위적으로 재배된 것은 사실이다. 가지를 다룬 첫 역사적 기록은 6세기 북위의 북양태수 가사협이 저술한 농업기술서인 〈제민요술(齊民要術)〉이다.

중국에서는 가지를 ‘치에즈(茄子)’라고 불렀다. 신라시대에 우리나라에 넘어온 뒤에는 가지라고 불리게 됐다. 영어로는 ‘달걀 식물’이라는 뜻인 ‘에그플랜트(eggplant)’라고 부른다. 서양에 소개된 가지는 하얗고 계란처럼 동그란 모양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가지는 대개 길고 짙은 보라색을 띤다. 범위를 전 세계로 넓혀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색깔만 해도 하얀색, 분홍색, 초록색, 검은색, 보라색과 흰색이 섞인 혼합색 등으로 다양하다. 크기와 모양도 다양하다. 우리나라처럼 긴 가지가 있는가 하면 계란이나 고추, 파프리카처럼 생긴 가지도 있다. 공처럼 둥근 가지는 물론 작은 호박이나 박처럼 생긴 가지도 흔히 보인다.

가지의 92%는 수분이지만 영양성분도 풍부하다. 가지 100g에는 탄수화물 6g, 섬유질 3g, 단백질 1g, 지방 0.2g이 들어 있다. 엽산, 비타민A·C·K, 칼슘, 철, 마그네슘, 인, 칼륨 성분도 있다. 가지는 가을에 가장 맛있고 영양성분이 풍부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을 가지는 며느리에게 먹이지 말라’는 말이 전한다. 가을 가지가 맛있으니 딸이나 아들에게만 주라는 뜻이었다. 일본에는 ‘가을 가지는 아내에게 먹이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가지에는 씨가 없기 때문에 아내에게 먹이면 불임이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 탓에 이런 속담이 생겼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가지를 삶아서 나물로 무쳐 먹는 게 일반적이다. 가지를 얹은 밥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과거에는 요리법이 더 다양했다. 일제 강점기 신문기사를 보면 가지찬국, 가지탕 요리법이 나온다. 1925년 9월 5일 〈조선일보〉에는 ‘가지 껍질을 벗기지 말고 벌건 숯불에 굽는다. 가지가 물렁해지면 냄비에 담아 참기름, 마늘, 생강, 간장을 붓고 잠시 끓인다. 기막힌 맛이 나온다’는 조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가지는 수천 년 동안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통의약품으로 사용했다. 고대 인도 아유베다 의학에서는 당뇨병을 치료할 때 하얀 가지를, 천식을 해소할 때 가지 뿌리를 사용했다. 최근에 실시된 여러 연구에서도 가지가 건강에 큰 도움을 주는 채소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가지에는 콜레스테롤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되는 섬유질이 꽤 들어 있다. 2014년 실시된 연구 조사에 따르면 가지에 있는 클로로겐산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줄이는 효과를 낸다. 또 가지는 체중 감소, 암 예방 등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가을을 앞두고 새로 출하되는 가지를 맛있게 자주 먹어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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