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천군만마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급변하는 모빌리티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시점에 KB금융을 전략적 파트너로 맞이해 천군만마를 얻었다.” 지난 22일 유명한 위치기반 서비스 플랫폼 기업 티맵의 이종호 대표는 2000억 원을 투자해 준 국민은행에 대해 ‘천군만마’라고 표현했다.

천군만마(千軍萬馬). ‘1000명의 군사와 1만 마리의 말’로 풀이된다. 실제 뜻은 ‘아주 많은 수의 군사와 군마’다. 즉 ‘엄청난 규모의 군대’라는 의미다. 이 말은 사회에서 매우 큰 힘이나 도움을 얻게 될 때 자주 쓰인다. 무언가 간절한 상황이나 절박한 위기에 처할 경우 천군만마 같은 위력을 가진 존재가 절실해지는 까닭일 테다.

천군만마란 말은 5세기 중국 남북조 시대 남조인 양(梁)나라 대장군 진경지(陳慶之)의 고사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북조의 북위(北魏)에선 “이름난 장수, 천군만마가 있더라도 진 장군과 그의 군사들이 나타나면 도망쳐라”라는 동요가 유행할 정도로 진 장군의 위명이 대단했단다. 그가 이끈 7000여 명에 불과한 병력이 30만 대군을 보유한 북위와의 여러 전투에서 용맹을 떨치며 승리했던 것. 이후 천군만마는 큰 도움이 되는 특정 인사의 능력을 예찬할 때 사용하는 말로 굳어졌다.

지난달 19일 2030부산월드엑스포(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그룹 BTS(방탄소년단)를 엑스포 홍보대사로 위촉하며 “천군만마를 얻었다”고 기뻐했다. 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하는 BIE(국제박람회기구)의 170개 회원국보다 많은 197개국에 팬클럽 ‘아미’를 둔 BTS의 영향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시 국내외 많은 언론은 “대만이 천군만마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대만이 G2(주요 2개국)로 등장한 중국의 압력에 시달리며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가운데 세계 패권국 미국이 대만을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도 수원에서 질병과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세 모녀 사건’에서도 천군만마와 같은 도움의 필요성이 읽힌다. 2014년 흡사한 사연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사건’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반성이 일었지만, 8년이 지나서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평소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닿았더라면 비극으로 이어지진 않았지 싶다. 7대 특별·광역시 중 최초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부산의 경우 노인 고독사가 심각해졌다. 취약계층에게 천군만마의 힘이 될 수 있는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아쉽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