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81) 사회·인간 집단·개인 관계의 새로운 해석, 정철교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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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철교(1953~) 작가는 경북 경주 출신으로 부산대 사범대(미술교육과)와 미술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0년대부터 형상적 조각 작업을 10년 넘게 해 왔던 작가는 2003년 회화로 첫 개인전을 가졌고, 이후 회화 작업으로 전환했다. 작가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자신의 시선을 독자적인 화풍으로 구축해 오고 있다.

1980년대 부산 형상미술의 계보에 있는 작가는 초기 조각 작업을 통해 당시 현실과 괴리된 자신의 감정들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나뭇조각으로 인간의 얼굴이나 몸뚱이를 만들고,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잇고 붙이고 쌓는 방식으로 독특한 조합을 보여준다. 1990년대 초에는 흙을 초벌구이한 테라코타 작업을 보여주기도 했다.

작품 ‘인형’은 초기 오브제의 조합이나 테라코타 작업의 실험에서 벗어난 작업이다. 조각의 개별적인 형상이나 조형적 완결성으로 사회와 자신의 관계 설정을 가시화한다. 작가는 ‘정치인이든 학자든 종교인이든 예술가든, 모든 사람들이 보잘 것 없는 모습으로 비춰져서 인형화하여 희화화시켰다’고 말한다.

머리 하나에 몸통 하나, 다리 하나로 된 인물상은 인물이라기보다 인간 군상으로서 개별 인간들의 개성과 사회적 계급적 지위를 균등화하려는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개별적 형태감보다 인형들의 집합적 배열을 통해 집단적 특성을 강조하며 다분히 주술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형상의 반복과 배치는 조형성을 강조하기보다 집단으로 주어진 군상의 모습에서 생성되는 의미와 분위기에 치중해 있다.

이는 다분히 인간의 현세와 사후의 경계에서 주술적인 형상과 이미지로 집단적 사회를 재해석해 보려는 것으로 보인다. 극소화된 개인의 모습과 극대화된 군상 사이의 이질성과 상충적인 대비를 통해 사회와 인간 집단과 개인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끌어내고 있다.

김지호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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