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유치전, 사우디 ‘오일 머니’ 막강하지만 부산이 추격 가능한 세 가지 이유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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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와 부산시의회가 부산역 2층 맞이방에 설치한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웹툰 포토존.부산일보DB 부산시와 부산시의회가 부산역 2층 맞이방에 설치한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웹툰 포토존.부산일보DB

 최근 2030부산세계박람회(이하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전이 정부와 정치권, 재계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전개된다. 민·관의 역량을 총동원해 올해 안에 BIE(국제박람회기구) 소속 100여 개 국가와 직접 접촉한다는 정부 방침도 세워졌다.

 일각에서는 서유럽의 주축인 프랑스가 얼마 전 최대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지지를 천명하면서 승부의 추가 기운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나 유치위원회가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사우디의 막대한 물량 공세에 맞설 우리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우디의 경우, ‘오일 머니’를 앞세워 중동과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를 집중 공략해왔다. 최근에는 무려 5000억 달러(약 650조 원) 이상 투입되는 네옴 시티 프로젝트를 발표, 전 세계적인 SOC 건설 수주전을 촉발하기도 했다.

 우리의 경우, 사우디와 같은 직접적인 ‘금력’ 행사는 할 수 없지만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경험과 노하우, 즉 ‘돈을 버는 기술’을 이전하는 공적원조(ODA)가 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새마을운동이다.


사진은 지난 7월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에게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위촉장을 수여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7월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에게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위촉장을 수여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 국가의 경우, 1970~1980년대 한국의 경제적·사회적 도약을 이끈 새마을운동에 관심과 수요가 상당하다. 우간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새마을운동 열기가 상당히 뜨겁다. 정부 관계자는 25일 “일회성 자금 지원보다는 유·무형의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오히려 해당 국가에는 더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중남미와 아시아권에서는 스마트시티와 전자정부 등 한국의 발달된 IT기술에 대한 수요도 상당하다. 정부는 이런 ODA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도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한 상태다.

 ‘정상 외교’ 분야에서 우리 측의 여건이 나은 것도 경쟁력의 한 축이다. 엑스포의 경우, BIE 사무국이 위치한 프랑스 파리의 각국 대사들이 투표한 결과를 통해 유치 국가가 결정된다. 사실상 정부 차원의 투표라는 점에서 정상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 셈이다.

 사우디의 엑스포 유치전을 진두지휘하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경우, 국부를 좌우하는 막강한 권한에도 정상들 간의 다자외교 무대에서는 다소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까슈끄지 죽음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으로 서방 자유주의 국가들에서는 빈살만 왕세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은 것이 이유로 풀이된다.

 우리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강력한 유치 의사를 보이면서 다자 정상외교 무대에서 공격적인 유치전을 펼친다. 윤 대통령은 이미 지난 나토 정상회의에서 부산월드엑스포 유지 지지를 호소한 데 이어 다음 달 유엔총회, 11월 G2O 정상회의, 한·아세안 정상회의 등 다가올 정상 외교무대를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내년 2월로 예상되는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해 최대 표밭인 아프리카 정상들을 상대로 유치전을 전개하는 것과 함께 유엔 기후정상회의를 내년에 부산에 유치하는 방안도 심도 깊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가지 우리가 주목되는 변수는 이탈리아 로마다. 사우디와 부산에 비해 잠잠했던 로마는 최근 특사단을 파견하는 등 유치전에 시동을 건 것으로 전해졌다.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서유럽 국가들에 강력한 소구력을 갖춘 로마가 본격 가세할 경우, 유치전은 3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엑스포 유치 투표는 1차에서 3분의 2 지지를 받는 국가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국가 간 결선 투표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3위 국가의 표를 어떻게 흡수하느냐가 당락을 가를 요인이 될 수 있다.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위 핵심 관계자는 “사우디에 대해서는 각 국가들의 호불호가 뚜렷해서 막판까지 사우디를 지지하지 않는 표는 끝까지 반 사우디 표로 남을 것”이라며 “만약 로마가 일정 지지를 확보한 뒤 3위를 기록하고 탈락할 경우, 그 표는 사우디보다 우리 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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