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수욕장·도심 하천까지 삼킨 ‘독성’ 낙동강 녹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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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과 함께 논에서도 독소 확인돼
재난 대응 수준 대책 조속히 수립해야

25일 오후 다대포해수욕장이 녹조의 영향으로 녹색을 띄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5일 오후 다대포해수욕장이 녹조의 영향으로 녹색을 띄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최근 녹조 발생으로 입수 금지된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서 급기야 BMAA가 검출됐다는 소식이 25일 전해졌다. BMAA는 치매 등 뇌질환을 일으키는 독성물질로, 다대포해수욕장의 BMAA는 역시 녹조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에서 녹조에 따른 BMAA 발생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대포해수욕장에선 이미 다른 녹조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미국의 기준치 이상 검출된 바 있다. 며칠 전에는 학장천 등 부산 도심 하천에까지 녹조가 퍼졌음이 확인됐다. 모두가 낙동강 녹조 사태가 해결되지 못한 데 따른 피해다. 시민들로서는 바닷물이든 강물이든 어디 한 곳 맘 편히 발 한 번 담그기도 어렵게 됐다.


이런 사실은 환경운동연합 등 여러 단체들로 이뤄진 조사단에 의해 드러났는데, 녹조 피해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남 양산시 등 낙동강 물을 농업용수로 쓰는 지역의 논에서 미국 기준치의 무려 630배가 넘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해당 논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뿐만 아니라 아나톡신과 BMAA 등 다양한 독소가 발견됐다. 지난해 낙동강 인근 농지에서 재배된 쌀, 배추, 무에서 다량의 독성물질이 검출돼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 그 원인이 낙동강의 녹조에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이는 보통 일이 아니다. 낙동강 유역 농수산물은 전국으로 유통되기 때문이다. 낙동강 녹조는 일부 지역에 국한할 문제가 결코 아닌 것이다.

가슴을 쓸어내릴 일은 또 있다. 올 7월 대구 정수장에서 정수한 물을 분석했더니 미국 기준치에 가까운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다. 낙동강 물을 생명수로 삼고 있는 지역 주민들은 깨끗하고 안전한 식수원 확보 문제로 오랫동안 고통을 겪고 있다. 낙동강에 녹조가 들 때마다 행여나 식수가 오염되지는 않을까 가슴을 졸인다. 그 때문에 그동안 당국은 낙동강 녹조를 주로 수돗물 등 식수 확보 차원에서 접근해 많은 공을 들였다. 그런데도 정수 과정까지 거친 물에 독성물질이 스며드는 걸 막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낙동강 식수원 오염 소식은 거의 해마다 들려온다. 당국의 기존 녹조 대책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근래 낙동강 녹조는 점점 더 잦아지고 규모도 전에 없이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이상기후 등 전 지구적 환경 변화에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는 현실에 마냥 자연 탓으로 돌리며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낙동강 녹조로 인해 수돗물뿐만 아니라 강, 농산물, 바닷물까지 독성물질에 오염됐음이 이번에 확인됐다. 녹조의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식으로 한가하게 있을 상황이 아니다. 당국은 “녹조가 환경재난에 이어 사회재난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환경단체들의 경고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국민 전체의 안전이 위기에 처했음을 인정하고 국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을 하루빨리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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