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동래야류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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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전승된 동래야류(국가무형문화재 제18호)는 수영야류(국가무형문화재 제43호)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탈춤이다. 동래야류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다음 달 4일 오후 1시 동래구 금강공원 내에 위치한 부산민속예술관 야외마당에 마련된다.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동래야류의 전 과장을 선보인다고 한다. 공개무대는 해마다 이어지고 있으나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관람객 수 등에 제한을 뒀다. 이번엔 관람 인원을 제한하지 않고 시민과 관광객에게 무료 공개한다. 출연진과 관람객들이 어우러져 동래야류의 진수를 보여 주는 무대를 모처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동래야류는 길놀이와 탈놀음으로 구성된다. 우선 탈놀이판까지 길놀이를 하며 흥을 북돋운다. 이어 문둥이 과장, 양반 과장, 영노 과장, 할미·영감 과장 등 4개 과장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문둥이 과장은 조상들의 죄업 때문에 출세하지 못하는 아픈 마음을 춤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양반 과장은 말뚝이가 양반들의 무능과 허례허식을 풍자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영노 과장도 양반을 겨냥했다. 할미·영감 과장은 본처와 첩의 갈등을 해학적으로 다룬다. 모든 과장은 흥겨운 굿거리장단과 자진모리장단 속에서 진행된다. 꽹과리, 징, 북, 장구, 태평소 등의 가락 속에서 동래야류의 다양한 덧배기춤들이 관람객들의 흥을 북돋울 예정이다.

전통 탈춤 공연은 무용, 음악, 연극적 요소를 합한 종합예술이다. 한국 전통 뮤지컬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사회, 계급, 도덕적인 모순을 역동적이면서 유쾌하게 풍자해 그 뿌리 깊은 부조리와 울분을 드러낸다. 특히 관객들이 출연진의 말에 동조하거나 양반에게 야유를 보내는 방식으로 공연에 적극 참여하는 소통의 예술이기도 하다. 등장인물의 성격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형태를 과장해 제작한 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동래야류와 수영야류를 포함한 한국의 탈춤에 대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여부도 큰 관심사다. 문화재청은 경남 통영오광대(국가무형문화재 제6호), 고성오광대(국가무형문화재 제7호), 진주오광대(경남무형문화재 제27호) 등 ‘한국의 탈춤’ 18개를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오는 12월 제17차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다음 달 동래야류의 신명과 해학이 우리 전통 탈춤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격상시키는 흥겨운 길놀이 무대가 되길 기대한다.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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