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기 급하다’ 강력 시그널… 연내 추가 인상 여지도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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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리 0.25%P 인상

소비자물가 상승률 5.2% 전망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
하반기 이후 성장흐름 약해질 듯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 네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치솟는 물가를 잡고 고삐풀린 원·달러 환율의 안정을 위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택한 것이다. 그만큼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크고 미국이 계속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금리를 0.75%포인트(P) 인상)’에 나설 것이 예상되는 만큼 한은도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2.50%로 상향된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두 차례(10·11월) 남은 금융통화위원회 정책방향 회의에서 한 두 차례 더 올라 연말 2.75~3.0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연말 기준금리 추이를 2.75∼3.00% 수준으로 보는 시장의 기대에 “합리적이다”라고 평가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근거로는 단연 ‘물가 상승’이 꼽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향후 1년의 예상 물가 상승률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이달 4.3%로 역대 최고였던 7월(4.7%)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4%대를 웃돌고 있다.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경제가 다소 위축되는 한이 있더라도 물가를 당장 잡아야 한다는 강한 시그널을 시장에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 기준금리와 미국 기준금리의 상단이 같아졌지만 미 연준이 다음 달 또 한 번 자이언트 스텝을 예고하는 점도 한은 입장에서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10월과 11월에 남은 금통위에서도 금리를 인상해야만 외국인 투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등에 대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원은 “한은이 올해 남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두 번 다 올리거나 한 번 정도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말 기준금리 수준은 2.75∼3.00%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2%로 제시했다. 전망대로 5%대 상승률이 실현되면 1998년 이후 무려 24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5~6%대의 소비자 물가 오름세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다만 물가 정점의 경우 국제유가가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한 만큼 당초 예상됐던 ‘3분기 말~4분기 초’에서 조금 앞당겨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7%에서 2.6%로 하향 조정됐다. 미국·유럽·중국 등의 경기 하강에 따른 수출 증가세 둔화, 투자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성장률 하향 조정과 관련해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에 따른 유럽 성장률 하락 가능성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 등에 따른 중국 경제 불확실성을 꼽았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여 하반기 이후 한국경제의 성장 흐름도 약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성장률을 각각 3.7%, 2.1%로 예상했다. 상반기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고 성장률이 낮겠지만 하반기에는 반대로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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